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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X’의 내로남불 [기자의 눈]

김정우 금융부 기자

“상장 종목이 많으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의미 아닌가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최근 국내 코인 거래소들이 알트코인을 수백 개씩 상장하는 것을 두고 “사기쳤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데 따른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국내 거래소들의 거래 종목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빗썸(474개)만 해도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보다 71개 많다. 어느 정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숫자만으로 ‘사기’ 여부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초기 단계 프로젝트가 많아 상장 이후 사업이 좌초되거나 시장에서 도태되는 일이 많지만 이는 가상화폐 시장의 특성이기도 하다. 투자자의 손실이 있었다는 결과만으로 상장 자체를 사기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프로젝트가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여러 거래소에서 동시에 거래되는 만큼 다양한 자산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거래소의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상장 종목이 많다며 기존 거래소를 질타했던 미래에셋이 디지털X 인수 후 가장 먼저 꺼내 든 승부수가 거래 수수료 무료화라는 점이다. 무료화 이후 디지털X의 거래량은 크게 늘었지만 상당 부분이 스테이블코인에 집중됐다. 수수료가 사라지자 차익 거래가 급증하면서 외형상 거래량만 부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거래소가 코인 장사를 한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도 수수료 경쟁에 불을 붙여 거래량부터 끌어올린다면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많은 코인을 상장하느냐, 수수료를 없애 더 많은 거래를 만들어내느냐의 차이일 뿐 질보다 양을 앞세운 경쟁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가상화폐 업계는 오랫동안 자신을 미래 금융 산업의 한 축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서 외형 경쟁만 계속된다면 코인 장사라는 세간의 인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기존 업계를 비판하며 링에 오른 미래에셋은 이제 좋은 자산을 가려내고 건전한 유동성을 만들며 투자자를 보호하는 새로운 경쟁의 기준을 보여줬으면 한다. 무엇이 다른지는 말이 아니라 시장에서 증명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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