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상화폐 과세 시행을 앞두고 현행 기타소득 중심의 과세 체계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거래 형태와 보상 구조가 다양해진 만큼 모든 가상화폐 소득을 일괄적으로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기보다 실제 거래 성격에 맞춰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한국조세법학회가 공동 주관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2027년 1월 1일부터 가상화폐의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연간 소득에서 250만 원을 공제한 뒤 초과분에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실효세율은 22%다. 가상화폐 과세는 당초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과세 자료 확보와 신고·납부 체계 등 인프라 미비를 이유로 세 차례 유예됐다.
박 회장은 이 과정에서 시행 시기와 일부 계산 방식은 보완됐지만 가상화폐의 양도·대여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는 기본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고 짚었다. 현재 시장에서는 매매·교환뿐 아니라 채굴, 스테이킹, 렌딩, 유동성 공급, 에어드랍, 하드포크 등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이를 현행법상 ‘양도’와 ‘대여’라는 두 범주만으로 포섭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렌딩이나 예치는 보유한 가상화폐를 다른 이용자나 플랫폼에 빌려주거나 맡기고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이자를 받는 것과 유사하다. 스테이킹은 가상화폐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맡기고 운영에 참여한 대가로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유동성 공급은 탈중앙화거래소(DEX) 등에 가상화폐를 예치해 거래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고 수수료나 보상을 받는 것을 말한다. 박 회장은 이처럼 거래 구조와 보상 성격이 다른데도 모두 기타소득으로 일괄 분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봤다.
에어드랍과 하드포크의 과세 기준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에어드랍은 특정 조건을 충족한 이용자에게 가상화폐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소득으로 볼지 증여로 볼지에 따라 적용되는 세목이 달라질 수 있다. 하드포크는 기존 블록체인이 둘로 나뉘어 별도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하드포크 자체는 과세 대상 거래로 보기 어렵지만 이후 새로운 토큰을 지급받을 경우에는 소득 발생 여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른 투자자산과의 과세 형평성도 쟁점으로 꼽혔다. 국내 상장주식 소액주주의 양도차익은 원칙적으로 비과세되는 반면 가상화폐는 연간 소득 250만 원 초과분부터 과세된다. 같은 가상화폐에 투자하더라도 직접 매매하면 기타소득, 해외 가상화폐 상장지수펀드(ETF)를 거래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으로 분류된다. 박 회장은 “투자 경로에 따라 소득 분류가 달라지는 점을 조세 중립성 측면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세 인프라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다. 취득가액 산정 방식이 거주자별 총평균법으로 통일되면서 납세자는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등에 흩어진 거래 내역을 합산해야 한다. 거주자별 총평균법은 납세자 한 명이 복수의 거래소와 개인 지갑 등에 보유한 가상화폐의 취득가액과 수량을 종목별로 합산해 평균 취득가액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다수 플랫폼을 이용하는 투자자는 거래 내역은 물론 해외 거래소·디파이 거래의 원화 환산가액과 수수료, 지갑 간 이전 내역 등을 직접 취합해야 해 신고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도 현행 기타소득 분류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실었다. 김 조사관은 “시장에서는 가상화폐와 복권 당첨금이 똑같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있어 세법이 가상화폐 투자를 복권과 비슷하게 보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온다”며 “세법상 소득 분류는 단순한 과세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과도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과세 체계가 마련된 2020년과 비교해 가상화폐를 둘러싼 제도적·경제적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고 짚었다. 당시에는 가상화폐가 국제회계기준상 무형자산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기타소득으로 분류했지만 현재는 각국이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가상화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하는 등 제도권 편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조사관은 “2020년 당시의 소득 분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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