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약 25%를 투자한 비트고코리아가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를 마치고 국내 커스터디(수탁) 사업을 본격화했다. Sh수협은행도 가상화폐 커스터디 업체 인피닛블록의 지분을 확보했다. 기존 주주인 iM뱅크도 추가 출자해 두 은행은 각각 약 15%의 지분을 보유한 공동 2대 주주가 됐다. 시중은행에 이어 지방은행과 특수은행까지 ‘코인 금고’ 선점 경쟁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커스터디는 가상화폐를 이동시킬 때 필요한 일종의 비밀번호인 개인키를 고객 대신 보관·관리하는 서비스다. 개인키를 맡기는 것은 자산의 관리 권한을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 고객 재산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은행이 영위해온 신탁 업무와 기능적으로 맞닿아 있어 디지털자산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은행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 대부분이 커스터디 업체와 지분 관계를 맺은 상태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블록체인 기업들과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공동 설립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투자했으며 우리은행도 비댁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은행·증권·금융IT 계열사가 비트고코리아에 나눠 출자했다.
은행권이 커스터디에 주목하는 것은 법인과 기관투자가의 시장 참여가 본격화할 경우 수탁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어서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 도입되면 자산운용사를 대신해 기초자산을 보관할 전문 수탁사가 필요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될 경우에도 지갑 관리와 결제·정산 과정에서 커스터디 인프라가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확장성도 높다. 금융사는 커스터디를 통해 확보한 고객과 수탁 자산을 바탕으로 스테이킹과 장외거래(OTC), 담보대출, 토큰화 자산, 결제·송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커스터디가 단순 보관 서비스를 넘어 디지털자산 금융의 관문으로 불리는 이유다.
해외 금융사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BNY멜런은 은행 본체에서 가상화폐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씨티는 연내 비트코인 수탁을 시작으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를 출시할 계획이며 피델리티는 별도 디지털자산 법인을 통해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서클과 리플 등 가상화폐 기업들도 연방 신탁은행 설립을 위한 조건부 승인을 받아 제도권 금융회사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은행이 커스터디를 직접 운영하거나 관련 회사를 자회사로 두기 어렵다. 가상화폐 보관·관리업은 은행법상 고유·겸영 업무에 포함돼 있지 않고 자회사 허용 업종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자가 수탁 가능한 재산에 가상화폐가 명시돼 있지 않아 기존 신탁 업무로 이를 취급하기도 어렵다. 결국 은행들은 법적 한도인 15% 이하의 소수 지분을 투자해 전문 업체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우회 진출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경쟁사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규제가 정비되더라도 은행 본체의 직접 영위보다 별도 자회사나 전문 업체와의 위·수탁 방식이 유력하다고 보고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소수 지분을 확보해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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