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지갑 주소의 실제 주체를 가려내기 위한 새로운 기준이 제안됐다. 가상화폐 추적 결과가 범죄 수사와 금융거래 제한에 활용되는 만큼 주소 간 관계와 특정 기업·조직과의 연관성, 지갑 운영자를 단계별로 확인하자는 취지다.
제이콥 일룸 체이널리시스 수석과학자는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분석업체마다 적용하는 기준과 방법론이 분명히 다르다”며 “분석 결과는 완전히 설명할 수 있고 건전한 규칙에 근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룸 수석과학자는 최근 이 같은 원칙을 담은 ‘클러스터의 정의(Defining the Cluster)’ 보고서를 작성했다. 클러스터는 업계에서 여러 가상화폐 주소를 동일한 지갑이나 주체와 연결해 하나로 묶은 것을 통칭해온 표현이다. 경찰이 범죄 자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거나 거래소·금융회사가 자금세탁이나 제재 위험을 판단할 때 이 정보를 활용한다.
그는 업계가 성격이 다른 세 가지 판단을 클러스터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다뤄왔다고 지적했다. 여러 주소가 동일한 지갑에 속하는지, 해당 지갑이 어느 기업·조직과 연결되는지, 그 기업·조직이 지갑을 직접 운영하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를 지갑의 구조 분석과 특정 기업·조직에 대한 귀속, 운영자 확인으로 구분했다. 주소들을 하나의 지갑으로 묶으려면 동일한 데이터를 이용한 사람은 누구나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판단 근거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의 기업이나 조직과 연결할 때는 법 집행기관의 압수 자료와 고객확인(KYC) 정보, 공개 정보 등 블록체인 밖의 자료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 같은 기준을 마련한 계기는 분석업체들의 판단이 극단적으로 엇갈린 사례였다. 일럼 수석과학자는 “한 도구는 특정 주소를 아동 성 착취 서비스로 분류했고 체이널리시스는 도박 서비스로 분류했다”며 “고객과 함께 분석한 결과 다른 도구의 판단은 머신러닝에 기반한 근거 없는 가정이었다”고 말했다.
잘못된 분류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에 그치지 않는다. 거래소가 해당 이용자의 거래를 중단하고 의심거래보고서를 법 집행기관에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본인이 하지 않은 일과 연결된 기록이 남으면 무고하더라도 평생 따라다닐 수 있다”며 “오탐은 불가피한 특성이 아니라 발견하고 설명해 고쳐야 할 버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룸 수석과학자는 인공지능(AI)이 가상화폐 수사 인력 부족을 보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머신러닝은 관련성이 의심되는 주소를 찾는 보조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AI도 블록체인에 붙은 라벨이 정확한지 스스로 확인할 수 없다”며 “잘못된 데이터가 수사와 기소로 이어지면 부정적인 영향이 누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체이널리시스의 분석 결과는 실제 압수 자료를 활용한 외부 평가도 거쳤다. 델프트공과대학교 연구진이 불법 서비스 3곳의 지갑 주소와 대조한 결과 관련 없는 주소를 해당 서비스와 연관된 것으로 잘못 분류한 비율은 0.01~0.15%였다. 다만 실제 주소를 찾아낸 범위는 서비스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일룸 수석과학자는 한국 경찰이나 학계가 공동 검증을 제안할 경우 참여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 우리의 데이터를 검증한다면 방법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며 “잘못된 가정이나 미처 고려하지 못한 오류를 발견하면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민간과 공공 부문 모두에서 블록체인 도입의 최전선에 있다”며 “블록체인을 받아들이고 이해도를 높이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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