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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 시행령 개정과 가상화폐 시장 [디센터 기고]

■[디센터 기고] <9> 황석진 동국대 교수
VASP 건전성·자금세탁방지 체계 강화
산업 변화 맞춰 부작용 지속 점검 필요
특금법·디지털기본법 역할 정립해야
규제강화 넘어 정교한 디지털금융 질서로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가상화폐 시장을 둘러싼 제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시장은 이제 법인과 금융회사의 참여가 확대되고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O), 실물자산 토큰화(RWA) 등 새로운 디지털금융 영역과 연결되면서 금융산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은 향후 우리나라 가상화폐 시장의 제도적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건전성과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하면서도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기된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일부 반영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성장할수록 이에 상응하는 책임과 규율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가상화폐는 국경을 넘어 빠르게 이전되고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거래된다. 이는 금융혁신의 기반이지만 동시에 자금세탁이나 보이스피싱, 투자사기 등 금융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자금세탁방지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만 앞으로의 규제는 단순히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규제가 많고 적음이 아니라 시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내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금세탁방지의 기본 원칙인 ‘위험기반접근법(Risk-Based Approach·RBA)’이 중요하다. 모든 거래를 동일한 위험으로 관리하기보다 거래의 특성과 자금 흐름, 고객의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험이 높은 영역에 관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일부 내용을 조정한 것도 의미가 있다. 제도의 기본적인 목적은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제기되는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한 것은 규제의 후퇴라기보다 제도의 실효성과 시장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기술과 거래 방식이 빠르게 변화한다. 따라서 제도를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시행 과정에서 효과와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의 비례성과 예측가능성 역시 필요하다. 사업자에게 높은 수준의 책임을 요구한다면 이를 준비하고 이행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합리적인 시간도 제공해야 한다.

전통 금융과 가상화폐 시장 사이의 규제 형평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상화폐라는 이유만으로 높은 위험을 전제로 하기보다 실제 위험과 사업의 성격에 맞는 규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같은 위험에는 같은 수준의 규제’라는 원칙은 디지털금융 시대에도 중요한 기준이다.

앞으로는 디지털자산기본법과 특금법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 특금법은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조달 방지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고, 사업자의 영업행위와 지배구조, 공시, 시장질서, 이용자 보호와 산업 발전 등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종합적으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상화폐 시장은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STO, RWA 등과 결합하면서 전통 금융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는 단순히 시장을 규제한다는 관점보다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금융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보다 큰 관점이 필요하다.

규제와 산업 발전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합리적인 규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이용자를 보호하며 장기적으로 산업의 신뢰와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이번 특금법 시행령 개정이 우리나라 가상화폐 규제가 ‘규제의 강화’를 넘어 ‘규제의 정교화’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위험에는 충분히 대응하되 정상적인 시장 활동과 혁신을 존중하고, 정부와 업계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제도를 보완한다면 우리나라 가상화폐 시장도 신뢰와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금융 시장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디센터 기고

디센터는 디지털자산 산업의 주요 이슈를 조명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가들의 칼럼을 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현장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장과 정책, 기술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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