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 자금 약 700조 원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충족되지 못한 투자 수요가 해외 거래소뿐 아니라 탈중앙화거래소(DEX)와 예측시장, 가상화폐 결제 등 온체인 서비스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웹3 전문 리서치사 타이거리서치는 12일 체이널리시스와 공동으로 한국 디지털자산 자금 유출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이동한 가상화폐는 약 700조 원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국내외 약 500만 건의 거래소 연관 주소와 약 12만 개의 한국 사용자 추정 지갑을 분석했다.
지난해에만 약 168조 원이 해외로 이동했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하면서 부담한 수수료는 같은 기간 약 5조 원으로 추산됐다. 시장 침체로 전체 유출 규모는 감소하고 있지만 국내 3대 거래소 현물 거래대금에서 순유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국내 거래 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해외로 향하는 자금의 비중은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자금의 목적지도 다양해졌다. 단순히 해외 중앙화 거래소로 옮겨 거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전반으로 이용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체이널리시스의 블록체인 분석 도구 리액터를 활용해 추적한 결과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에서 하이퍼리퀴드와 같은 탈중앙화 거래소로 들어간 자금은 누적 약 2조 4000억 원에 달했다. 올해 7월 한 달간 명목 거래대금은 7조 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투자 대상도 가상화폐뿐 아니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원유 등 전통자산을 기초로 한 무기한선물로 넓어졌다.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도 국내 투자자의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 잡고 있다. 폴리마켓을 이용한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은 약 3700개로 이들의 누적 거래 규모는 약 6360억 원에 달했다.
스테이블코인 활용처도 투자에서 소비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레드닷페이와 이더파이 등 가상화폐 카드 애플리케이션의 국내 누적 다운로드는 약 3만 800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 이용자 추정 지갑에서 가상화폐 카드로 옮겨진 자금은 약 411억 원이었다.
실제 투자부터 소비까지 온체인에서 이어지는 사례도 확인됐다. 보고서가 추적한 한 국내 고액 투자자는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매수해 개인 지갑으로 옮긴 뒤 하이퍼리퀴드와 폴리마켓에서 거래했다. 이후 일부 자금은 가상화폐 카드로 이동시켜 실제 결제에 사용했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러한 자금 이동의 배경에 국내 투자 수요 감소가 아니라 국내 시장의 상품·서비스 부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 이용하기 어려운 파생상품과 예측시장, 온체인 금융·결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해외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해외로 향하는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유도하려면 이미 해외에서 활성화된 파생상품 등을 국내에서도 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적 선택지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해외 자산과 서비스를 국내 시장으로 연결할 때 발생하는 제도적 장벽도 낮춰야 한다고 봤다.
국내 시장이 이러한 수요를 일부 흡수할 경우 상당한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거래소에 지급되는 것으로 추산되는 연간 수수료 약 5조 원 가운데 10%가 국내에서 발생하면 약 5000억 원, 25%를 흡수하면 약 1조 2500억 원의 매출이 국내에 남게 된다.
조윤성 타이거리서치 선임연구원은 “지금의 자금 유출은 국내에 수요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국내에서 충족하지 못한 시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국내에서 만들어진 수요가 해외 기업의 매출과 경쟁력으로만 이어지는 구조를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본지 7월 30일자 1·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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