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를 빼앗기 위해 보유자의 집에 침입하거나 가족을 납치하는 폭력 범죄가 늘고 있다. 가상화폐 범죄 무대가 온라인에서 현실 세계로 옮겨가면서 올해 피해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넘어설 가능성도 커졌다.
7일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가상화폐 보유자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해 빼앗은 자산은 3000만 달러(약 420억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한 피해액은 58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이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계된 금액은 실제 탈취로 이어진 사건만 반영한 수치다. 피해자가 송금을 강요받았지만 거래가 중단됐거나 범죄자가 몸값을 요구한 사건, 탈취 자금이 동결된 경우 등은 제외됐다. 이를 감안하면 범죄 규모는 집계치보다 클 수 있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이처럼 보유자를 직접 위협해 자산을 빼앗는 범죄를 ‘렌치 공격’이라고 부른다. 해킹으로 지갑이나 거래소 시스템을 뚫는 대신 사람을 공격해 가상화폐를 보내도록 강요하는 방식이다. 개인이 직접 지갑과 개인키를 관리할 수 있다는 가상화폐의 특성이 오히려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에는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전체 폭력형 가상화폐 범죄 가운데 주거침입이 차지한 비중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상반기 37%로 상승했다.
범죄 표적도 가상화폐를 가진 당사자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1월 기준 관련 사건의 약 25~30%는 보유자의 가족이나 지인을 겨냥한 것으로 집계됐다. 프랑스에서는 이 비중이 40%를 웃돌았다. 범죄자가 본인 대신 가족을 납치하거나 협박한 뒤 가상화폐 송금을 요구하는 식이다.
개인정보 유출이 물리적 범죄로 연결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24년 세무당국 직원이 고액 가상화폐 보유자의 이름과 주소, 자산 및 세금 정보 등이 담긴 자료를 빼돌려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현지에서 가상화폐 보유자를 겨냥한 강력범죄가 잇따랐다.
올해 상반기 프랑스에서 외부에 알려진 관련 사건은 30건에 달했다. 현지 당국은 가상화폐를 대규모로 보유해 범죄 위험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신속 경보와 보호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체이널리시스는 물리적 범죄에서도 블록체인의 거래 기록이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현금과 달리 탈취한 가상화폐가 지갑 사이를 이동하는 과정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이다. 자금 이동 경로를 추적하면 범죄자의 자금 세탁 방식이나 다른 범죄 조직과의 연결 고리 등을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준혁 체이널리시스코리아 지사장은 “가상화폐 보유자를 노린 범죄가 온라인을 넘어 현실 세계의 안전 문제로 번지고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과 물리적 범죄가 결합되는 만큼 온체인 분석과 기존 수사 기법을 함께 활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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