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호황과 더불어 유동성이 여러 산업군으로 유입되고 있는 긍정적인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공식적으로 폐업을 선언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101개에 육박한다. 여기에 활동을 완전히 중단한 단순 유령 프로젝트까지 포함한다면 그 실질적인 규모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몰락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나 보안 해킹, 혹은 정부의 가혹한 규제 탓이 아니다. 실제로 폐업한 프로젝트의 약 45%는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해 초기 투자 자금을 모두 소진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돈을 벌지 못했기에 마주한 당연한 결과다.
돌이켜보면 블록체인 산업의 역사는 끊임없는 기술적 확장과 영역 넓히기의 연속이었다.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처음 제안한 비트코인은 중앙화된 중개자 없이 당사자 간 직접적인 가치 전송을 실현하고자 한 단순 명료한 코드 기반의 신뢰 시스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 이더리움이 제안한 스마트 컨트랙트와 2017년 가상화폐공개(ICO) 광풍은 수많은 창업자와 천문학적인 자금을 끌어왔다. 빠른 성공과 넘쳐나는 유동성 속에서 많은 창업자는 온갖 산업 분야에 블록체인을 억지로 끼워 맞췄다. 정작 사용자가 일상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은 생략된 채, 기술 구현 그 자체에만 매몰된 공급자 중심의 프로젝트가 쏟아졌다.
과거에는 유동성과 투자 열기 덕분에 실질적 수요가 없어도 자본 수혈만으로 연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규제가 강화되고 기관 자금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나 스테이블코인 같은 검증된 인프라로 쏠리면서 시장은 본격적인 생존 경쟁에 접어들었다. 모두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프로젝트는 극소수에 불과한 국면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제도권 금융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며 전통 자본과 온체인 기술의 융합이 일상화되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이 전환기에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봐야 한다. 글로벌 결제망의 중추인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연계자산(RWA), 그리고 이들과 연계되는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과거 공급자 중심 철학에서 벗어나 기관과 실사용자가 명확한 효익을 체감하고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실질적 가치 창출의 접점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가 직면한 이 거대한 전환기는 흡사 블록체인판 오징어 게임을 방불케 한다. 참가자는 많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승자는 극소수이고, 한 번 탈락하면 다시 경쟁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라이선스를 확보한 초기 진입자들은 견고한 규제 대응 능력과 압도적인 자본을 무기로 높은 진입 장벽을 쌓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후발 주자들이 파고들 틈새는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시장은 소수의 승자가 인프라를 장악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 서바이벌이 끝나면 순위는 쉽게 뒤바뀌지 않을 것이다. 인프라를 선점한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의 격차는 다음 유동성 장세에서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6년은 블록체인 시장이 기술 경쟁에서 생존 경쟁으로 전환된 분기점이다. 블록체인판 오징어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당신은 그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디센터 기고]
디센터는 디지털자산 산업의 주요 이슈를 조명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가들의 칼럼을 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현장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장과 정책, 기술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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