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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융그룹 2억 달러 베팅…韓 가상자산에 던지는 메시지 [디센터 기고]

■[디센터 기고] <2>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이사
SBI, 美 기업 두 곳에 2.1억 달러 투자
규제 명확해지자 日 자본 발 빠른 행보
거래소에 갇힌 韓 산업 생태계와 대비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이사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이사

일본 SBI홀딩스가 지난 한 주에만 미국 디지털자산 기업 두 곳에 2억 100만 달러(약 3021억 원)를 투자했다. 7일에는 대형 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안심하고 가상자산을 사고팔 수 있도록 거래부터 정산까지 책임지는 기관 전용 거래소 EDX마켓츠에 76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어 이틀 뒤에는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시장에서 기관이 자산을 운용할 때 위험을 분석하고 관리해주는 곤틀렛(Gauntlet)에 1억 2500만 달러를 투입했다. 두 건 모두 시리즈 단독 투자였다.

과거 SBI홀딩스는 코인과는 거리가 먼 회사였다. 1999년 소프트뱅크 계열로 출발해 2006년 독립했고, 증권·은행·보험을 거느린 시가총액 100억 달러가 넘는 종합 금융그룹이다. 그런 SBI가 최근 리플과 서클 같은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고 엔화 스테이블코인까지 내놓으며 디지털자산을 그룹의 새 성장축으로 삼았다. 투자 이유로 밝힌 내용이 흥미롭다.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과 클래리티법(CLARITY Act)으로 게임의 룰이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걷히자 자본이 움직인 것이다.

이 소식에 부러움보다 안타까움이 앞선 것은 그 투자금이 한국에서 탄생한 기업으로 향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자산이라는 말이 자리 잡기 전인 2010년대 한국에도 블록체인 기술로 지갑·자산운용·리스크 관리·공시 같은 영역에서 글로벌 표준을 만들겠다며 뛰어들어 성과를 낸 기업들이 있었다. 그러나 2017년 가상자산공개(ICO) 전면 금지와 이듬해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으로 시장이 얼어붙었고, 테라·루나 사태의 낙인은 버티던 이들마저 사기꾼과 한 묶음으로 만들었다. 1세대 블록체인 투자사와 기업 대부분은 자취를 감추거나 해외로 옮겨 조용히 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국내 시장은 기형적으로 굳어졌다. 업계에는 “한국에서는 코인 거래소만 돈을 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실제로 최근 금융지주와 증권사들의 투자마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에 발맞춰 라이선스를 가진 거래소 지분 인수로만 몰리고 있다. 그 거래소들조차 규제 탓에 해외 이용자를 받지 못하고 내수 시장에 머물러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코인 시세만 좇다 보면 물밑에서 진행되는 금융 인프라의 변화를 놓치기 쉽다.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가상자산 거래소와 손을 잡고 씨티그룹이 토큰화 예금을 내놓고 일본 금융그룹이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들을 사들이는 일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법으로 길을 열자 일본 자본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규제는 시장과 생태계의 발전을 막는 둑이 아니라 자본과 인재가 흐르는 물길이 될 때 산업이 큰다. 이제 한국도 질문을 바꿔야 한다. 투자자를 보호하면서도 거래소 너머의 기업들이 자라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다음 곤틀렛이 한국에서 나오게 해야 한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디센터 기고]

디센터는 디지털자산 산업의 주요 이슈를 조명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가들의 칼럼을 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현장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장과 정책, 기술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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