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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법원의 제동, FIU 제재는 왜 힘을 잃고 있나 [디센터 기고]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법원 영업정지 중단 가처분 잇딴 인용
당국의 권위는 정당성과 비례성 기반
디지털자산 시장 은행·증권과 달라
FIU, 강한 제재보다 감독 실효 높여야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최근 법원이 코인원에 대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영업 일부정지 3개월 처분 효력을 정지했다. 앞서 업비트와 빗썸 역시 같은 결정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FIU의 영업정지 처분은 모두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가로막히게 됐다.

물론 집행정지 인용이 곧 FIU 처분의 위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최종 판단은 본안 소송에서 가려질 문제다. 그러나 동일한 유형의 제재가 반복적으로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이는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FIU 제재 체계의 실효성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FIU는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에 대해 엄정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당연하다. 자금세탁방지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러나 문제는 규제의 필요성이 아니라 규제의 방식이다.

현재 FIU의 감독 방식은 여전히 적발과 처벌 중심에 머물러 있다.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영업정지, 과태료, 임직원 제재를 부과하는 전통적인 행정제재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자산 시장은 은행이나 증권업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움직인다. 시장 변화 속도는 빠르고 경쟁 상대는 해외 거래소다. 이러한 시장에 과거 금융규제 방식만 적용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지 의문이다.

특히 이번 코인원 사건에서 법원은 영업정지 처분이 지속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확대되는 시점에서 신규 고객 유치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는 결국 FIU의 제재가 단순한 행정처분을 넘어 사업자의 생존과 시장 경쟁력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제재가 실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재는 발표되지만 집행정지로 멈추고, 이후 수년간 소송이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FIU가 강한 제재를 발표해도 결국 법원에서 막힌다”는 인식이 형성된다. 이는 사업자에게도, 감독당국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감독당국의 권위는 강한 처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법원과 시장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정당성과 비례성에서 나온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사례는 FIU의 제재가 법적 정당성과 비례성 측면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FIU가 규제 강화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입법예고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역시 해외 거래소 통제 강화, 대주주 적격성 확대, 이용자 거래 제한 등 규제의 범위와 강도를 더욱 넓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존 제재가 왜 반복적으로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규제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실제로 집행될 수 있고, 시장이 수용할 수 있으며, 법원에서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규제는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 불확실성만 확대한다.

FIU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계속해서 강한 제재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위험기반감독(RBA), 실시간 모니터링, 내부통제 개선 유도 등 예방 중심 감독체계로 전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에 대한 연이은 집행정지 결정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는 FIU가 집행한 제재의 수위가 아니라 제재 방식 자체를 다시 점검하라는 경고에 가깝다.

감독기관의 목표는 처벌 건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시장 질서를 유지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만약 반복되는 제재가 반복적으로 법원에서 멈춰선다면, 이제는 사업자만 탓할 것이 아니라 감독 체계 자체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지금 FIU에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제재가 아니라 더 설득력 있고 실효적인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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