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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거래소 직접 걸러라”...특금법 개정안에 업계 반발

국내 사업자에 AML 평가·거래 제한 의무 부과
금융위 “FATF 기준 부합한 자금세탁방지 조치”
업계 “민간에 감독 역할 떠넘겨…현실성 부족”

금융당국이 국내 가상화폐거래소가 해외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AML) 수준을 직접 평가해 거래를 제한하도록 하는 규제 도입에 나서면서 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민간 사업자에게 사실상 해외 거래소 감독 역할까지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특금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11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의 AML 체계를 평가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거래를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국내 거래소는 해외 거래소와의 가상자산 이전거래에 대해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 수준을 평가해야 한다.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거래소와의 입출금을 차단해야 하며 위험도가 중간 수준인 경우에는 고객과 거래 상대방이 동일인으로 확인된 거래에 한해 허용된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안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FATF는 2019년 가상자산 및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가상자산 이전거래에 대한 정보 제공 및 관리 의무 강화를 권고한 바 있다.

FATF 기준에 따르면 송·수신 사업자 모두 거래 상대방인 가상자산사업자의 AML 수준과 위험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해외 사업자와 거래할 경우 강화된 거래 모니터링이나 거래금액 제한, 동일인 거래만 허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개정안에는 해외 거래소뿐 아니라 비수탁형 개인지갑 거래에 대해서도 강화된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100만 원 이상 거래에만 적용되던 트래블룰 정보 제공 의무 역시 금액과 관계없이 모든 이전거래로 확대했다.

그러나 업계는 FATF 가이드라인상 고위험 사업자라 하더라도 모니터링 강화를 넘어 거래제한 의무까지 부여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최근 가상자산사업자 27곳의 공통 의견을 모아 당국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해외 국가의 인허가 체계와 감독 집행력까지 민간 사업자가 직접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크다”고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국내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 감독기관 역할까지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먼저 적격 해외 거래소 또는 고위험 해외 거래소 목록을 제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닥사는 의견서에서 “민간 사업자의 자체 판단에 맡기는 것은 실무적 권한과 역량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라며 “명확한 기준 없이 특정 해외 사업자와의 거래를 제한할 경우 대외적 마찰이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마다 위험 평가 기준이 달라질 경우 시장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일한 해외 거래소라도 A거래소에서는 거래가 가능하지만 B거래소에서는 차단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소별 정책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해외 거래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조차 본사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거래소 판단에 따라 특정 해외 거래소로의 입출금이 돌연 차단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 차단이 확대될 경우 해외에만 상장된 신규 프로젝트 투자나 글로벌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자산 이동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해외에 비해 과도한 규제가 도입되면 이용자들이 오히려 해외 거래소로 자산을 이전하면서 국내 가상화폐 산업이 고립되는 갈라파고스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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