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미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통 금융망을 거치지 않고 국경 간 거래가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이 무역 결제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만 거래 기록이 투명하고 영구적으로 저장되는 블록체인 특성상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제재 집행이 오히려 용이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3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TRM랩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지난달 중순부터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가상화폐로 징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비트코인(BTC)과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 등이 활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1척당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를 부과하고 있다. 이 경우 유조선 기준 하루 최대 2000만 달러(약 298억 달러),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까지 포함할 경우 월 최대 8억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결제 수단으로 BTC와 스테이블코인 중 어느 자산이 더 많이 활용되는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적합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가격 안정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대규모 거래에 활용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TRM랩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미 약 10억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해외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통해 이동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낮은 수수료와 빠른 처리 속도, 글로벌 유동성, 미국 금융망 비의존성이 결합되며 기존 금융 시스템을 우회하는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이란 전쟁 이후 무역 결제에서의 스테이블코인 활용은 단순한 결제 수단 변화를 넘어 무역금융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들이 이란 연계 리스크를 우려해 중동 관련 거래 취급을 축소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중동의 대안 결제 인프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무역금융 특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표방한 USDhn 등 기존 결제망의 지연과 비용 문제를 줄인 무역 결제 전용 스테이블코인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제재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과 달리 블록체인의 투명성은 오히려 규제 당국에 새로운 추적 수단을 제공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는 가상화폐 거래가 공개된 원장에 기록되고 영구적으로 저장되는 만큼 자금 흐름을 추적해 현금화 지점에서 동결· 압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제재 대상 지갑 주소를 특정할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자산 동결에 협조할 수 있어 전통 금융보다 집행력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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