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자산 토큰화 플랫폼인 온도파이낸스가 2월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바탕으로 한 ‘EWYon’ 토큰을 선보였다. EWYon의 기초자산은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즈모건스탠리캐피털인덱스(iShares MSCI) 사우스코리아’ ETF다.
해당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현대자동차와 같은 국내 중대형주 90여 종목이 담겨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유에스디코인(USDC)으로 결제해 전 세계 어디서나 거래가 가능하다. 3일 기준 MSCI 한국 ETF의 24시간 거래량은 1783만 달러(약 269억 원)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토큰화를 하면 블록체인 상에서 자유롭게 전송이 가능하다. 기존 금융거래 체계와 달리 시간과 지역의 제약이 크지 않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와 결제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어 시차 없이 대금을 즉시 받을 수도 있다. rwa.xyz에 따르면 3일 현재 주식시장 토큰화 규모는 9억 5059만 달러에 이른다.
이는 국내에서 논란 중인 주식결제 주기 단축과도 연관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주식을 팔았는데 왜 돈을 모레 주냐”며 결제 주기를 ‘T+2’에서 ‘T+1’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 없이는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제일을 ‘T+1’으로 줄이려면 주문·청산·결제 전 과정에 대한 실시간 처리 시스템을 갖추고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까지 즉각 이뤄져야 한다. 예탁결제원의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볼 때 기술적·제도적 문제를 고려하면 결제 주기 단축이 매우 어려운 과정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은 그 자체가 장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별도의 기록이나 처리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이에 스테이블코인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기반으로 한 건당 3~5일 걸리는 해외송금을 단 몇 초 단위로 단축할 수 있다. 비용도 25~50달러에서 0.01달러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이미 일본은 2월부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24시간 365일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실증실험을 진행 중이다. 미쓰비시UFJ·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노무라·다이와 등 핵심 은행·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일본 금융청(FSA)이 핀테크 실증실험 허브 지원 안건으로 선정해 전폭 지원하고 있다. 특히 결제 주기 ‘T+2’를 ‘T+0’까지 단축해 사실상 실시간 결제 도입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토큰 관련 파생상품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약 2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솔라나 기반 가상화폐 지갑 팬텀은 2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 주가 움직임에 연동되는 무기한 선물 상품을 선보였다.
이들 상품은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다. 투자자는 상승과 하락 양방향에 베팅할 수 있다. 10배 레버리지 활용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가 닫힌 후에도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원자재를 기반으로 한 온체인 파생상품 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소 하이퍼리퀴드의 경우 일일 거래량이 최근 54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은(약 13억 달러)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9억 달러) 등의 거래가 늘고 있다.
미국도 토큰화 자산 거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9월 나스닥이 토큰화 증권 거래·결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규정 개정안을 제출한 지 6개월 만에 전격 승인했다. 기존 거래와 동일한 방식으로 엔비디아·테슬라 등 러셀 1000 지수 편입 종목이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투자하는 ETF를 토큰 형태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술 검증에 나섰다.
실제 제도권 금융사에서도 토큰화와 온체인 금융을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보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주주서한에서 “블록체인 기반 자산 토큰화가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법 제정과 제도 정비가 지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정책 공백이 길어질 경우 핵심 금융 인프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국내 산업 생태계 형성은 지연되고 자산 거래와 이에 대한 주도권이 해외로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계의 고위 관계자는 “실물연계자산(RWA)과 블록체인·스테이블코인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이대로라면 한국은 금융 인프라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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