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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나쁜 기업 키우는 나쁜 투자자

/출처=셔터스톡


"나만 아니면 돼"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이 서바이벌 때마다 서로를 배신하면서 외치던 대사다. 제작진은 이런 멤버들의 행동을 '무한 이기주의'라 불렀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이 무한 이기주의가 발생했다. 겉으로는 "악질 프로젝트, 악질 거래소를 퇴출시키자"라고 외치면서 이들이 진행하는 이벤트 혜택은 받아내려 애쓰는 체리피커들이 무한 이기주의 주인공이다.

최근 국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대대적인 에어드롭 이벤트를 기획했다. 시장에 신규 투자자 유입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이벤트를 열어 신규 고객을 확보해보겠다는 의도였다. 거래소가 발행에 참여하는 암호화폐를 총 6,000명에게 각 5개씩 에어드롭 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벤트를 신청하는 페이지가 마비될 정도였다.

거래소는 가격 상승으로 투자자의 열화와 같은 성의에 보답했다. 100원에 상장한 암호화폐 가격은 최고 70만 원까지 올랐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는 '에어드롭 받은 사람들은 최소 100만 원은 벌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이 이벤트가 무리수에 가깝다는 건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커뮤니티에는 이 암호화폐에 투자해 70억 원을 벌었다는 사람도 등장했는데, 거래소가 어떻게 원화 출금을 해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물론 이 주장이 사실인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이 거래소가 2019년 재무제표에서 밝힌 자산은 120억 원, 거래와 관련해 임시로 보관하는 자금인 예수금은 100억 원 상당이다. 불행히도 감사인은 이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 거절을 표명했으므로, 재무제표의 신뢰성도 높지 않다.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심지어 백서조차 읽지 않고 에어드롭에 참여하기도 했다. 해당 암호화폐의 백서는 PPT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어떤 블록체인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를 운영할지 등 내용은 모두 빠져있다.

에어드롭 이벤트가 입소문을 타자, 거래소는 곧바로 두 번째 이벤트를 기획했다. 이번에는 육아카페 등에 이벤트를 홍보했다. 신규 회원 유입이 이벤트의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일명 '꽁돈'을 벌 기회라는 말에 육아카페 회원들은 열성적으로 이벤트 참여를 준비했다. 이 거래소의 이름조차 처음 들었으면서 말이다. 기성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신규 회원 때문에 본인들이 에어드롭 당첨 명단에서 제외될까 견제했다. 거래소를 '스캠'이라고 욕하면서도 돈을 벌 기회를 놓칠까 전전긍긍하는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초등학교 때 가던 수련회, 우리는 이 수련회에서 협동심을 배운다. 조교는 "'나 하나쯤이야' 보다는 '나 하나라도'라는 생각을 하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이 조교의 말을 되새겨봐야 한다. 업계 정화는 말만 해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나 하나라도 욕심을 내려놓고, 잘못된 것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업계 정화는 더 빨리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노윤주 기자 daisyroh@
노윤주 기자
daisyroh@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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