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양자 컴퓨터 기술 고도화까지 “앞으로 10년”이라고 예측했다. 양자 컴퓨터 기술로 블록체인 기술과 같은 암호체계를 무너트리는 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라고도 강조했다.
31일 구글 AI 퀀텀(양자)팀은 지난 23일 네이처지에 실린 구글 ‘큐빗 시카모어(Sycamore)’ 관련 화상 발표 및 설명을 진행했다.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수천 년이 걸릴 연산을 단 2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양자 우위(Quantum Supremarcy)’를 증명했다는 게 이번 논문의 주요 내용이다. 양자 우위는 양자 컴퓨터가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넘어서는 상태를 말하는 용어다.
제이미 야오(Jamie Yao) 구글 양자 컴퓨터 엔지니어는 “양자 컴퓨터 기술은 컴퓨터라는 단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기존 컴퓨터와는 다르다”며 “기존 컴퓨터가 0과 1의 값만 갖는 것과 달리 양자 컴퓨터는 0과 1 사이 다양한 값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0과 1을 가지고 b0, b1과 같은 상태를 표현하는 게 끝이었다면 양자 컴퓨터에서는 b00, b01, b10, b11 등 더욱 많은 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표현할 수 있는 정보와 상호작용 가능성이 높아져 고난도의 연산 처리가 가능하다는 게 핵심이다. 양자 컴퓨터 기술은 향후 자동차와 비행기용 경량 배터리 생산, 탄소 배출량 감소, 신약 개발, 머신러닝, 최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양자 물리학 규칙에 기반한 초전도체인 ‘큐빗칩’이 양자 컴퓨터 개발의 핵심이다. 양자 우위 검증을 위해 구글은 총 54개 큐빗을 탑재한 시카모어칩을 개발했다. 시카모어는 큐빗과 큐빗 콘트롤 영역을 하나로 합친 칩이다.
큐빗은 초저온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실행을 위해서는 초저온 냉장고를 사용해야 한다. 야오는 “양자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고 상용화된다고 해서 가정집에서 쓰는 컴퓨터가 모두 양자 컴퓨터로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큐빗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연산 오류가 발생할 확률은 줄어든다. 통상 큐빗 100~1000개를 활용할 수 있는 발전 단계를 ‘니스크(NISQ)’ 시대라고 정의한다. 연산 오류를 아주 정교하게 잡아내려면 100만 개 이상의 큐빗이 필요하다고 예측된다. 케빈 새칭거(Kevin Satzinger) 구글 양자 컴퓨터 하드웨어 부분 리서치 과학자는 “사용 가능한 기술 수준 달성까지 약 10년의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양자 우위를 증명한 것을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에 비유했다. 라이트 형제가 동력비행 기술을 발명한 후 현재 비행기가 상용화된 것처럼 양자 우위를 증명했으니 앞으로 양자 컴퓨터도 상용화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날 양자 우위를 검증했던 실험 과정도 소개했다. 새칭거는 “시카모어칩에서는 연산이 가능한데, 기존 컴퓨터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했다”며 “이렇게 찾아낸 알고리즘을 양자 프로세스에 직접 실행하고 기존 슈퍼컴퓨터에서도 시뮬레이션했다”고 밝혔다. 두 가지 컴퓨터에서 모두 실험해본 결과 슈퍼컴퓨터에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알고리즘을 양자 컴퓨터가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을 비롯한 암호학계는 양자 컴퓨터 기술을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빠른 속도로 연산을 처리하는 만큼, 암호 체계도 무너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야오는 “암호학계에서 지금까지 채택 중인 RSA 체제의 유효기간은 앞으로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는 암호학 커뮤니티뿐 아니라 관련 산업 종사자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글을 비롯한 암호학계에서는 양자 컴퓨터 시대 대비 연구를 계속해 왔다”며 “양자 컴퓨터 기술로 암호학 체계를 무너트리는 것은 아직 먼 얘기”라고 단언했다.
/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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