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포지티브(positive) 규제 방식이 대부분 법에 적용되고 있다. 포지티브 규제란 법률이나 정책에 허용되는 것들을 나열하고 그 외의 것은 모두 허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즉, 관련 규정이 없는 경우엔 사실상 ‘금지’돼 있는 상황인 셈이다. 국내 ICO프로젝트들이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4일 법무법인 오킴스는 블록몬스터에서 ‘홍콩, 싱가포르 ICO 암호화폐 분쟁 유형 및 해결방안’을 주제로 법률 세미나를 열고 현지 주재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박완기 홍콩 법정변호사는 “똑같은 백서나 계약서에 있는 용어라도 해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걸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ICO에선 투자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며 “백서에도 자문 변호사들이 이는 투자가 아니란 얘기를 계속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ICO Issuer(발행자)와 토큰 구매자(Token Purchaser) 간 분쟁 유형이 주로 많이 발생한다. 박 변호사는 “백서를 볼 때 앞부분의 디스클레이머(Disclaimer)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며 “디스클레이머에서 이 프로젝트가 증권과 투자가 아니고, 배당을 받을 수 없단 이야기가 반복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 비용을 들여 만들어진 ICO프로젝트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박 변호사는 민사 소송에선 “현재 내 돈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걸 모르면 소송 진행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에서 이길 수 있어도 결국 돈을 못 받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박서영 싱가포르 운&바줄(Oon & Bazul) 소속 변호사는 ‘싱가포르에서의 국제 암호화폐 분쟁사례 및 해결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변호사는 “싱가포르는 ICO의 성지다. 하지만 ICO가 많이 신청된 만큼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분쟁사례를 투자분쟁, 지적재산권 분쟁, 규제 관련 분쟁으로 나눠 소개했다.
그는 특히 투자 관련 분쟁이 많이 일어난다며 대표적으로 “출금거부, 시세조작, 다단계·유사수신행위가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암호화폐도 집행이 가능하다”며 “단, 암호화폐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을 해야 집행을 할 수 있는 건 싱가포르도 홍콩과 마찬가지다”라고 조건을 달았다. 또 그는 “암호화폐의 시세조작, 유사수신행위 등과 관련된 피해를 구제해주는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며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싱가포르에선 일반 투자자가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암호화폐 투자자는 투자자가 아니라 구매자이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소비자들이 모여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그 까닭을 설명했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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