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상호평가를 앞두고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와 관련된 규제 손대기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증권형 토큰과 유틸리티형 토큰 등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구분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규제를 내놓을까 신중한 모습이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블록체인산업 육성2법 개정 연구’를 주제로 열린토론회는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과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재단법인 여시재, 한국블록체인협회,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비롯해 박용진, 정태옥, 정병국 의원 등 국회에서 제안된 법률안들과 관련, 암호화폐와 관련된 정부의 규제의 방향과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대한 의무 부과 등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다.
유재훈 금융정보분석원(FIU) 기획행정실장은 “가상통화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규제가 없다”며 “지난 10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는 이와 관련된 성명서를 채택하고 의무를 어떻게 도입할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FATF는 지난 10월 19일 성명서를 통해 각국에 암호화폐와 관련된 이상 거래의 모니터링과 기록보관의 지침을 유지할 것과 더불어 거래소 등 관련 서비스제공자들은 AML/CTF 목적 이외에는 감시 감독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유 실장은 “내년부터 자금세탁방지 관련 상호평가를 받게 되는데, 가상통화의 경우 테러 자금이나 자금세탁의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 이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는다면 상호평가를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실시하는 FATF의 평가는 10년마다 35개 회원국들 간의 상호평가로 이루어지며, FATF가 명시한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40여개 조치를 회원국들이 국내법에 반영하고 이행했는지 여부를 평가해 기준에 미치지 못할 시 제재를 가한다.
앞서 노형욱 신임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13일 암호화폐와 관련된 규제 마련을 서두르지 않고 국제 동향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실장은 “국무조정실장 말대로 산업이 어떻게 발전될지 모르기 때문에 최소 규제만을 하고 어떻게 규제할지는 발전 방향을 바라보면서 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발의된 제 의원의 특금법과 관련해서 그는 “금융위가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취하고 있는 게 많아 시행령에 일부 위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통화업소에 STR(의심거래보고)과 CTR(고액현금거래보고)의 의무도 당연히 부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TR이란 암호화폐 취급업소가 자금세탁을 할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 FIU에 신고해야 할 의무이며, CTR이란 고액현금거래를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뜻한다.
블록체인법학회 부회장인 이상용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행인이 따로 있는 증권형 토큰의 경우 증권과 같이 규율하는 것이 맞다”며 “(다만)과도한 진입규제와 과도한 건전성 규제는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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