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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가 뛴다]②곽광용 현대상선 PI과장 “블록체인 경험 토대로 글로벌 해운사 도약”

현대상선, 국적 선사 최초 블록체인 기반 시범 운항

해운물류 컨소시엄·과기부 블록체인 시범사업 참여

"블록체인 기술의 지향점은 '협업 비즈니스 모델'...정부역할 중요"

곽광용 현대상선 PI과장/사진=박선우 기자

전 세계 해운업계에서 블록체인은 따끈따끈한 이슈다. 지난해 1월 글로벌 선사인 머스크와 IT 기업 IBM이 94개 업체와 블록체인 플랫폼 ‘트레이드렌즈(TradeLens)’를 설립, 해운 산업 생태계 변화에 신호탄을 쐈다. 최근엔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오션얼라이언스(Ocean Alliance)가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와 블록체인 기반의 글로벌 해운산업 동맹인 ‘GSBN’을 출범시켰다. 국내에선 삼성SDS 주도로 지난해 5월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이 구성됐다.

업계는 블록체인 기술이 수출입 서류 작업 간소화뿐 아니라 거래 투명성, 보안성 강화 등 산업 전반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곽광용(사진) 현대상선 PI(Process Innovation·업무 프로세스 혁신)추진팀 과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면 해운물류와 무역 분야에서 완전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적 선사 최초로 한-중 구간 블록체인 기반 첫 시험 운항” = 현대상선은 스마트 쉬핑(Smart Shipping) 구현을 통해 글로벌 해운사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최근 비전 선포식에서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서비스에 접목해 IT 친화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선봉엔 PI팀이 있다. 현대상선 정보전략실 산하의 PI팀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삼성 SDS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첫발을 내딛었다. 곽 과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생존과 글로벌 선사와의 경쟁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머스크처럼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어려웠다”며 “그러던 차에 삼성SDS의 컨소시엄 참여 제안을 받았다”고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38개 기업 및 정부 기관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부산과 중국 칭다오 구간의 냉동 컨테이너 화물 △태국과 인도, 중동 등의 구간을 오가는 일반 컨테이너 화물에 대해 2차례의 시범 운항을 진행했다. 1차에선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의 선사 사이트를 통해 화주와 터미널을 연결한 뒤 선사에서 입력한 정보가 터미널과 화주에게 가는 것을 확인했다. 2차에선 금융기관이 가상의 선사가 보내주는 선하증권(B/L)을 확인하는 과정을 추가해 블록체인으로 무역금융거래가 가능한지 따져봤다.

곽 과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으로 물류 관련자들에게 선적 서류 원본 일체가 동시에 전달됨으로써 문서 위·변조가 불가능한 점을 꼽았다. 또 IoT 센서를 통해 수집된 화물 정보를 토대로 화물 운송 중 발생하는 문제의 책임 소재를 밝힐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시범 운항은 개념증명(PoC·Proof of Concept) 수준이었지만 블록체인을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해보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념증명은 신기술 도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현대상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가 진행하는 블록체인 시범사업 중 해양수산부의 ‘해운물류’와 관세청의 ‘수출통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해운물류’ 사업은 블록체인 기반의 통합 원장을 통한 부두 간 컨테이너 이송(ITT·Inter Terminal Transportation)이다.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성 제고가 목적이다. ‘수출통관’ 사업은 수출입업체와 해운·항공업체, 내륙운송사, 터미널, 금융·보험사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B/L발행, 화물운송 등의 업무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진=현대상선 홈페이지

◇“블록체인 사업의 지향점은 협업비즈니스 모델”= 곽 과장은 현대상선의 블록체인 전략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입지 확보’라고 강조한다. 그는 “경쟁사가 주도하는 표준에 현대상선이 따라가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전까지는 블록체인을 해운 무역비즈니스에 활용한 사례와 경험을 최대한 축적할 생각”이라며 “다른 경쟁사가 제공하는 플랫폼에 들어가기보다 우리가 만든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상대 플랫폼에 추가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랫폼을 확보하는 게 자랑거리는 될지 모르지만 아직 블록체인 기술은 완성 단계가 아니다”라며 “자칫하면 값비싼 장난감밖에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현대상선의 전략은 뭘까. 곽 과장은 ‘협업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한다. 화주-선사-세관-은행 등 여러 참여자의 연결이 필요한 해운물류업계의 특성상 독자적인 움직임은 무의미하다. 곽 과장은 “해운업계에선 블록체인을 통해 서로 다른 기관이나 기업 사이의 정보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느냐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다”며 “개별 기업의 이익이 아닌 전체 참여자들에게 공정성을 인정받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중국의 가전제품회사가 제품을 IoT로 통합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삼성과 LG 제품도 참여하라고 거기에 따르겠나”라고 물으며 “다른 기업의 플랫폼 안에서 서로 데이터와 시스템을 공유하는 것은 곧 이사 갈 예정인데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도배하고 장판을 까는 느낌이 될 수 있다”고 비교했다.

협업은 시스템 통일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현재 물류시스템에는 화주와 선사, 터미널을 하나로 연계하는 통일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데이터를 교환할 때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곽 과장은 “선사가 물류를 운송하는 구간은 해상만이 아니라 기차를 타고 들어가는 내륙도 있다”며 “이럴 때 화주가 물류 위치를 확인하고 싶으면 선사가 철도업체로부터 데이터를 받아야 하는데 사실 매끄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블록체인이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게 핵심”이라며 “현대상선은 특히 금융사랑 주기적인 만남을 갖고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 블록체인 사업, 하나의 기술로 묶어야 = 곽 과장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엔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지난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2018~2022년)’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래지향적인 IT 기술 지원은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곽 과장은 “과기부의 블록체인 시범사업과 별개로 관세청과 해양수산부 사업은 따로 진행되고 있다”며 “부처별 조율을 통해 공공블록체인을 하나의 기술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보다 전자무역 관련 법률을 빨리 만들어 전자무역을 활성화 시킨 선례가 있다”며 “블록체인에 대해서도 관련 협의체가 잘 운영되게 하거나 세관과 통관 등에 관한 법적·제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발족식을 가진 물류블록체인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블록체인 관련 네트워크 구축과 정보공유체계 확립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다. 곽 과장은 “예전엔 적당한 규모와 서비스 네트워크, 높은 비용 경쟁력을 갖추는 게 좋은 선사의 조건이었다”며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해운업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변수가 무엇일지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기술을 찾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상선은 로컬 캐리어(local carrier)가 아니라 글로벌 캐리어로 살아남기 위한 큰 시험대에 올라간 상태”라며 “제약은 있겠지만 블록체인 기술 변화에 촉각을 세워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선우기자 blacksun@decenter.kr

박선우 기자
blacks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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