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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닉스 남의 일 아니다" 꽉 막힌 돈줄에 고사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들

코인이즈 농협 상대 입금정지조치 가처분신청, 법원측 "은행의 계약위반"

국내 거래소들 "은행에서 가이드라인 핑계로 계좌 열어주지 않아"

"금융당국이 영업중지하겠다는데"…시중은행들 몸사리기

금융위 "특정금융거래법 개정안 국회와 논의 중"

최종구 금융위원장 / 사진=서울경제신문

한·중 합작 거래소인 암호화폐 거래소 지닉스가 9일 결국 거래소 문을 닫았다. 최경준 지닉스 대표는 “은행 입출금조차 막힌 상태라 사실상 거래소를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1년 가까이 은행을 통제하며 암호화폐 시장의 자금줄을 막고 있다. 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명확한 규제를 내놓기 미루는 사이에 암호화폐 업체들은 불법과 합법의 기준조차 알지 못한 채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지닉스 같은 중소형 거래소뿐 아니라 업비트 등 대형업체들도 원활한 금융거래가 안돼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 거래실명제 도입했지만 ‘영업중단’ 엄포에 눈치 보기= 지난달 29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이즈가 NH농협은행을 상대로 낸 입금정지조치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은 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 코인이즈가 실명확인계좌가 아닌 법인계좌를 통해 거래소를 운영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거래소와의 거래 중단을 통보했고, 코인이즈는 이에 대해 부당한 행위라며 소송을 진행했다. 결국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농협 측의 계약 위반”이라며 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

관련 업계는 이것이 코인이즈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서비스의 제공을 사실상 중단했다. 기존에 가상계좌를 제공하던 기업은행, 농협, 신한은행 만은 4개 대형 거래소인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코빗에 대한 실명확인계좌를 제공했다. 실명거래 시스템을 갖추고는 있지만,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지 않던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광주은행 등은 더 이상 거래소들에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은행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토대로 은행에 대해 일부 영업을 중단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은 결과다.



은행들도 나름의 고충은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 관련 기업들 맡은 지점들이 실적 높아 1위로 오르기도 해 오히려 해당 지점에서는 좋아한다”며 “다만 4개 거래소를 제외한 업체들이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기준을 지키지 못해 금융당국의 눈 밖에 날까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외면하는 은행에 손발 묶인 거래소들= 은행들의 몸 사리기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법인계좌 운용까지 여의치 않아졌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10일부터 시행된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비운영 등을 목적으로 만든 비집금계좌에 대해서도 감독과 점검을 강화하고, 자금세탁 등의 우려가 있을 경우 은행이 지체 없이 거래를 종료할 수 있도록 했다.

농협이 정지하려고 한 코인이즈의 계좌 또한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서비스 도입 이전인 지난 2014년부터 약 4년간 사용하던 법인계좌다. 농협 관계자는 “가상통화 가이드라인에 있는 거래 거절 조항에 유효했기 때문에 입금 정지를 하려고 했다”며 “금융위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으면 나중에 다 은행 책임이 되기 때문에 지키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직원의 월급을 주는 계좌를 여는 것도 어렵다”며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조항들을 미묘하게 해석해 부적정하다는 핑계를 들며 계좌 개설을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조항들 중 ‘취급업소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 이용 여부 및 이용계획’에 따르면 다른 은행에서 실명확인 계좌를 연 전적이 있어야지만 실명확인 계좌를 열어줄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해외에 투자금을 보내거나, 해외로부터의 투자금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이석우 업비트 대표는 지난달 “해외 나가면 잘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가려고 하지만 자본금 송금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비트는 결국 다른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싱가포르 지사를 설립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거래소 대표는 “해외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한 지 반년이 넘었는데도, 투자금이 입금되지 않아 알아보니 은행 단계에서 막혀 있었다”고 말했다.

◇ “은행 책임” 시치미 떼는 금융위 ...특금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
법원의 코인이즈 판결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그 판결이 가상화폐 관련 가이드라인의 법적 효력 자체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재는 은행 자율에 맡겨져 있고, 농협 같은 경우 지난해 DFS에 벌금을 부과받은 사실 등이 있어 이를 우려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금융청(DFS)는 농협은행 뉴욕지점에 대해 자금세탁방지 관련 내부 통제 기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미비하다는 이유를 들어 과태료 1,100만 달러(약 119억 원)를 부과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취급업소 자체에 자금세탁 방지와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특정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논의 중에 있는데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실효적인 조치들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금법 개정안은 지난 3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것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금융회사 등’에 포함하고, 거래소가 보관, 관리, 알선 등을 위해 암호화폐를 금융자산과 교환하는 거래 등을 ‘금융거래’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발의만 된 상태로 언제부터 시행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 질의에서 “가상통화 취업 업소가 자금세탁방지의무, 고객 보호를 위한 내부통제 절차를 갖췄다면 은행이 거래소에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중소형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의지가 박약하기에 무엇이 불법인지 아닌지에 대한 혼란이 난무하다”며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으며 무엇을 허락받아야 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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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원재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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