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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⑦]블록체인 프로젝트·ICO, 성선설 vs. 성악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성선설(性善說) vs. 성악설(性惡說).

성선설은 ‘사람은 본시 선하게 태어났지만 악해지지 않게 교육을 통해 유지해야 한다’는 맹자(孟子)의 사상이다. 성악설은 ‘사람은 본시 악하게 태어났는데 교육을 통해 선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순자(荀子)의 사상이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두 사상 모두 교육을 통해 ‘선량(Honest)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ICO(Initial Coin Offering·암호화폐공개)도 ‘성설설’과 ‘성악설’ 관점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과 몇 일 전에 필자가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블록체인학회에서 ‘블록체인 분석평가기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시작은 무분별한 투기와 기준 없는 ICO가 난무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학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객관적 기준으로 올바르게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서 블록체인 생태계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도록 아카데믹 관점에서 가이드라인에 대한 연구를 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동안 30여 회의 회의를 통해 평가항목을 검증한 후 가이드라인에 담았다. 노파심에 한 마디 덧붙이자면 가이드라인은 거래소에서 매매되는 암호화폐의 적정가격 또는 가격전망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평가기관 또는 독자들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판단하는 데 참고지표로만 삼으면 된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다방면의 전문가들을 모았다. 학계에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공학, 보안, 경제, 금융 분야의 교수들이 참여했다. 산업계에서는 블록체인, 핀테크, 금융평가, 주식평가, 기업평가 전문기업과 로펌 연구소에서 함께했다. 언론계에서는 블록체인 전문매체가 동참했다. 분석에 필요한 요소를 꼼꼼히 살피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팀을 꾸렸다.

실제 평가기준을 만들 때도 ICO는 물론 일반 블록체인 비즈니스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가치평가 △비즈니스모델(BM)평가 △조직평가 △기술평가 등 크게 4개 분야로 나눴다. ‘가치평가’는 크립토 이코노미에서 실질적 내재가치 잠재력과 건전성에 대한 평가에 중점을 뒀다. BM평가는 기술신용평가(TCB) 기준을 블록체인 생태계에 접목해 시장성과 경쟁우위를 살펴보도록 했다. 조직평가는 수행조직의 역량, 준비상태와 사업적 도덕성을 중심으로 분석하도록 했고, 기술평가는 보안성·확장성·안전성에 초점을 맞췄다. 4개 분야를 다시 9개 영역으로 나누고 총 32개 세부항목을 구성했다.

세부항목은 너무 많지 않도록 그러면서도 꼭 필요한 것은 빠지지 않도록 가지를 쳐내고 항목들을 응축했다.

‘가치평가’ 분야는 토큰 디자인 구조와 토큰 세일 구조 2개 영역으로 나누고 인플레이션, 하드캡과 소프트캡, 발행 총량, 보안, 참여기회 균등, 운영진 지분, 투명성, 행동강령 등을 세부항목으로 택했다.

‘BM’은 기업평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항목 중 하나로 기존의 기술신용평가(TCB·Tech Credit Bureau)에서 사용하는 기술경쟁력과 기술 사업화 역량 평가를 결합했다. 그러면서 시장성과 마켓 내에서 경쟁우위 요소를 중심으로 시장성, 경쟁력, 성장성 영역에 대해 평가하도록 했다. 또 목표시장의 정의, 규모, 권리성, 접근성, 점유성, 시장성장 가능성 등을 주요 척도로 삼았다.

‘조직평가’는 비즈니스를 꾸려나가는 조직의 ‘수행 역량’과 스타트업이 벤처로 성장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 여부를 짚어보는 ‘도덕성 역량’ 등 2가지로 분류했다. 세부적으로는 비즈니스 조직, 마케팅 조직, 기술 조직, 프로젝트 수행 안정성, 캐시플로, 달성 가능 열량, 기술력 향상 능력, 자금 집행 투명성, 내부통제 역량 등을 주요 항목으로 정하고 세심히 점검하도록 했다.

‘기술평가’는 가장 많은 논의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분야다. 블록체인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기술이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ICO 단계에서는 완성된 기술이 아닌 만들어갈 기술에 대해서만 알 수 있다. “백서에 기재된 내용만으로 기술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ICO 단계에서는 기술평가를 보류하고 메인넷 또는 테스트넷 등 실제 트래픽이 발생한 후에 평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분석평가는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기존의 IPO(Initial Public Offering·기업공개)는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성공할 확률과 함께 부도날 확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프로젝트·ICO는 백서에 기재된 계획을 기반으로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시작이나 할 수 있는 사업인지, 성장은 가능한지, 모럴 헤저드 위험은 없는지 등 살펴봐야 할 것은 많지만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이다. 불확실한 앞날을 적은 정보로 판단해야 하는 매우 힘든 작업이다. 실제로 기업평가 전문가들은 “ICO에 대한 평가는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치가 있는 최고봉의 평가” 라고 말한다.

이제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성선설과 성악설로 돌아와 보자.

어떤 사람들은 “블록체인 프로젝트·ICO는 선한 의도로 시작하지만 세상의 모진 풍파에 찌들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블록체인 프로젝트·ICO는 돈만 챙기려는 불순한 의도로 시작했기 때문에 옆길로 새지 않도록 계속 감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정답이 뭔지는 모른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들이 가이드라인을 참고해서 매의 눈으로 프로젝트를 냉정히 평가하고, 감시하고 질책하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면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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