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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업이다]中굴기, 반도체·車·IT까지 위협...정부는 '신산업 전략' 없다

<2> 무너지는 제조업, 보이지 않는 신산업

中, 주력품목시장 점유율 10년새 4%→18% 급등

"중소·벤처 키우되 대기업 주력산업 활성화 나서야"


경남 거제 한 대형조선소의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서동진(34)씨는 올해 결혼 계획을 접었다. 회사는 추가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당장 내년에 무너질 위기다. 은행 대출한도도 낮아졌다. 서씨는 “한 동료는 직장을 나가 멍게 양식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며 “그저 출근하는 것에 감사하다”고 푸념했다.

한때 세계 시장을 싹쓸이하던 한국 조선업 현장을 할퀸 곳은 중국이다. 우리가 만들던 벌크선과 중대형 컨테이너선은 중국이 낮은 인건비를 앞세워 수주를 쓸어담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은 벌크선 등 중저가 선박 위주로 전 세계 물량의 절반(48%)인 7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수주해갔다. 국내 업체는 단 한 척의 수주도 없었다. 생존의 문턱에 있는 STX조선해양은 이 시장에서 수주해야 살아남는다. 미래는 밝지 않다. 2015년 20만명을 넘었던 국내 조선업 근로자는 지난해 절반인 10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조선사들은 몇 년 안에 우리가 우위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형조선사 고위 임원은 “아직 고부가가치 선박은 중국보다 7~8% 가격을 더 쳐주고는 있지만 몇 년이나 갈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주력산업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그 배경의 중심에는 중국이 자리잡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 13대 수출품목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01년 4.8%에서 2015년 18.2%로 수직 상승했다. 이미 2015년 국제연합공업개발기구(UNIDO)의 산업경쟁력지수(CIP)에서 한국은 중국(3위)에 역전당하며 5위로 내려앉았다.

우리의 자랑이었던 휴대폰은 이미 제물이 됐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 3사(화페이·오포·샤오미)의 점유율은 25.2%로 삼성전자(20.5%)를 따돌렸다. 2015년 326억달러(약 35조원)에 달했던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지난해 221억달러(약 23조원)로 3년 새 12조원이 증발했다. 기업들이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 등지로 공장을 이동하면서 수출액과 관련 국내 일자리가 함께 줄어드는 상황이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의 장악력도 중국에 뺏겼다. 기술력이 높아진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LCD 패널을 낮은 가격으로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갔다.

한국 경제는 그나마 반도체 슈퍼호황 덕에 버티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장비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로 산업 생태계가 약하다. 특히 호황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기준 1,240억달러(132조원)로 전체 시장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2,882억달러(308조원)인 70%가량이 비메모리 시장이다. 더 큰 시장이지만 국내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3% 수준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메모리에 치우친 성장이다 보니 산업 기반이 튼튼하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한다며 우리 기업에 대한 견제도 노골화하는 상황이다. 연구개발(R&D) 강화, 대·중소기업 간 균형 성장 등에 나서지 않으면 ‘반도체 왕국’이라는 위상도 순식간에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최대 산업인 자동차도 불안하다. 세계 차 시장은 친환경 전기차라는 하드웨어를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로 자율주행해 모두가 차를 공유하는 ‘모빌리티’로 가고 있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바이두는 업계 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와 보쉬보다 나은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유했다. IT 공룡 텐센트는 차량공유서비스 ‘디디추싱’을 만들어 중국에서 우버를 몰아냈고 지리자동차는 영국의 택시 1위 사업자인 블랙캡을 생산하는 망가니즈브론즈를 인수하며 차량 공유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이 물결 속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문제는 산업 굴기에 매진하는 중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마땅한 정책도 밝히지 못한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산업정책은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혁신성장’이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은 “자본과 기술력이 있는 대기업을 놔둔 채 중소·벤처기업 분야 한쪽만 가지고 미래를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되레 정부와 정치권이 주력산업과 미래산업 육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가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광저우 공장을 지으려 했지만 정부의 심사지연으로 계획이 5개월이나 늦춰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정보 등 국가핵심 기술이 담긴 작업보고서를 공개하려다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미래를 위한 기업들의 투자의욕은 꺾이고 있다. 2010년 20% 육박했던 기업들의 제약과 항공우주·전자 등 첨단 제조업 R&D 투자액 증감률은 2010년 20%에 달했지만 2015년에는 마이너스(-4.0%)로 돌아섰다. 김도훈 경희대 특임교수(전 산업연구원장)는 “우리 산업의 앞길이 굉장히 캄캄하다는 위기의식이 간절하다”며 “대통령이 주력산업 진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우·고병기·한재영기자 bluesquare@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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