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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몰수 판결 6개월···국고에서 먼지 쌓이는 비트코인

통상 3개월 전후 걸리는 일반적 절차와 달리 손도 못대

거래소 위탁 가능성 제기되나 실현 가능성 낮아

미국, 독일 등 해외 다른 국가는 즉각 경매 부쳐

국고에 들어온 암호화폐에 먼지가 쌓이고 있다.

지난 5월 말 대법원이 처음으로 비트코인 몰수 판결을 내리면서 ‘드디어 암호화폐가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나’ 했지만 검찰은 암호화폐 처분과 관련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범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의 법적 정의조차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였을 때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이다. 검찰의 암호화폐 처분은 정부는 물론 관련 업계에서도 촉각을 세울 만큼 예민한 문제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이 거래소를 통한 처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가운데 법조계는 명확한 규제가 만들어질 때까지 몰수된 비트코인은 검찰청에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검찰, 처분시한 3개월 넘었지만 ‘감감 무소식’=지난 6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측에 문의한 결과 검찰 측은 보유 중인 암호화폐를 아직 처분하지 않은 상태다. 몰수물의 성격에 따라 처분 기간이 다르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몰수 집행 후 3개월 전후로 이뤄지는 일반 처분 절차와는 사뭇 대조된다.

장물 공매 처분은 주로 캠코의 자산처분 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이뤄진다. 온비드에서는 실물 외에도 주식, 채권 등의 유가증권을 공매할 수 있다. 따라서 온비드를 통한 비트코인 공매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의 최저 입찰가를 어느 수준으로 설정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설령 최저입찰가를 정했다 하더라도 입찰 과정 자체가 수 일이 걸리기 때문에 입찰가를 정하는 명분이 없어진다.

검찰압수물사무규칙(법무부령 231호)에 따르면 몰수물의 처분방법은 크게 공매 처분, 폐기 처분, 국고납입 처분, 인계 처분, 특별 처분 등으로 나뉜다. 검압규 28조에 따르면 몰수물이 유가물일 땐 공매 처분을 실시한 후 그 대금에 대해 국고납입 처분을 해야 한다. 만일 몰수물이 무가물일 경우엔 검압규 29조에 따라 폐기 처분한다. 몰수물이 환가대금이나 통화, 유가증권 또는 외국환일 경우엔 검압규 30조에 따라 공매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국고납입 처분을 한다.

인계 처분도 가능하다. 만일 몰수물이 금제품, 총기류, 문화재와 같이 공매가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관계 기관에 인계해야 하며, 몰수물이 검찰실무자료로써 적당하다고 인정될 경우엔 대검찰청에 인계 처분을 할 수 있다. 인계 외의 방법으로 처분하는 방법도 있다. 검압규 36조에 따라 검찰은 공매 처분, 폐기 처분, 인계 처분 이외의 방법으로 몰수물을 처분할 수 있다.

현재 암호화폐와 관련해서는 검찰 측이 직접 온비드에 공매 처분을 하거나 인계 처분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 주를 이룬다. 다만 대법원의 판결이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정리한 것은 아닌 만큼 법적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대법원 전경 사진

◇ 암호화폐 장물 처분은 “검찰의 역할”…어떻게 처분할지는 미지수=암호화폐 업계에선 검찰이 외국환을 몰수하면 외국환 취급은행에 매각하고 대금을 국고로 환수하듯,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몰수한 비트코인을 처분할 수 있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심지어 검찰이 보유 암호화폐 매각을 위탁하기로 했다는 거래소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법조계는 이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이다. 암호화폐 관련 환가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을 뿐 더러 제 3자에게 몰수물 처분 명령을 내리는 일은 드물다는 것이다. 암호화폐의 경우 주식과 달리 거래소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거래소를 고르기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국가가 암호화폐를 처분한다는 것은 제도권 내 암호화폐를 포섭한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때문에 공매하는 방안이 고려되고는 있으나 여러 부담 때문에 유보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거래소는 인·허가 받은 기관이 아니라서 위탁을 맡기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역시 “국가가 기존의 경매 절차를 통해 매각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 거래소 위탁을 통한 처분 형태를 고려할 수는 있다”며 “다만 거래소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제 3자에게 위탁해 처분하는 형태는 여태까지 없었기 때문에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몰수한 암호화폐 즉각 경매 부치는 다른 나라들=해외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지난 7월 한 칼럼을 통해 “비트코인의 재산성을 인정한 대법원 선고 2018도3619 판결 취지에 따르면 국세징수법상의 공매 처분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공매 절차에 관해 구체적인 절차를 규정하려면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독일과 미국을 비롯한 각국 검찰은 몰수한 암호화폐를 즉각 매각하고 있다. 지난 5월 독일 바이에른 주 검찰은 범죄자들로부터 압수한 1,400만 달러(약 15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매각했다. 당시 검찰은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을 우려해 긴급 매각을 진행했다.

또 다른 예로 지난 1월 미국 연방보안관실(US Marshals Service)은 민·형사 소송 과정에서 몰수한 비트코인을 경매에 부쳐 4,000만 달러 이상을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연방보안관실의 430만 달러(49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경매 계획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암호화폐를 투기 자산으로 인식하는 핀란드도 비슷한 상황이다. 핀란드 재무부는 지난 2016년 마약 등 불법 물품을 판매하던 사이트인 실크로드 단속으로 몰수한 비트코인 2,000개를 경매 처분하라고 제안했다. 호주에서도 2016년 마약 밀매 행위로 압수된 비트코인 2만여 개를 경매에 부쳤다.
/김연지·박선우 기자 yjk@decenter.kr

김연지 기자
yjk@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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