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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아카데미(2부)]⑧블록체인, 중개인·변호사·법원을 재정의할까

  •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
  • 2018-11-05 06:20:00
[디센터 아카데미(2부)]⑧블록체인, 중개인·변호사·법원을 재정의할까

[디센터 아카데미(2부)]⑧블록체인, 중개인·변호사·법원을 재정의할까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평가받는 블록체인이 가까운 미래에 기업의 경영환경과 소비자 삶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할까?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이 ‘P2P(Peer-to-Peer·개인간 직접거래) 형태로 이뤄진 탈중앙화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기관이나 중앙 서버에 기록·보관하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상에 기록을 분산 저장함으로써 참여자 모두가 공동으로 확인하고, 개인 간에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신뢰 네트워크’ 형성을 가능하게 했다. 다시 말해, 블록체인은 기술로 뒷받침된 신뢰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신뢰를 보증할 제3자 없이 개인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한 셈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변화를 가져올까?

가장 가깝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는 아마도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일 듯 하다. 스마트계약은 암호학자이자 프로그래머인 닉 자보가 1994년 처음으로 고안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중개자 없이 돈이나 주식 또는 기타 가치 등을 교환하는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이행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네트워크로 자동화한 기술이다.

스마트계약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판기’를 생각하면 쉽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선택했던 음료와 거스름돈이 정확하게 나온다. 스마트계약도 마찬가지다. 미리 설정해둔 계약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체결되고 이행된다. 계약 조건이란 적혀 있는 가격만큼 돈을 내면 음료수를 주겠다는 것이다. 스마트계약은 자판기에 들어있는 판매 프로그램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스마트계약은 부동산 거래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부동산을 사고팔기 위해선 매수자와 매도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중개하는 부동산 중개인과 등기필증, 인감증명, 주민등록등본 등 많은 서류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거래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계약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부동산 거래는 서류 위변조와 소유권 검증이 즉시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를 보증할 중개인 없이 당사자 간 직접 거래를 할 수 있다. 중개수수료뿐만 아니라 서류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마치 부동산 자판기인 셈이다.

현실에서 스마트계약을 비즈니스에 적용하거나 계획 중인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금융권이다. KB저축은행은 지난 7월부터 수취인 확인 이체서비스에 스마트계약 개념과 양방향 SMS 기술을 도입했다. 신한은행도 이자율 스와프 거래에 스마트계약을 도입할 예정이다.

보험사들도 번거로운 보험료 청구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계약을 적용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보험료 청구를 위해 번거로운 서류를 내던 것에서 스마트계약을 통해 병원과 보험사가 환자의 진단기록을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보험금 지급조건이 되면 자동으로 보험금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험료 청구에 필요한 시간도 몇 일에서 몇 분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뿐이 아니다.

공공기관도 블록체인 플랫폼 적용에 잰걸음이다. 관세청은 효율적 통관·물류업무를 위해 참여기관 간 정보공유를 자동화한 블록체인 물류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국토부도 부동산 스마트거래 플랫폼 구축을 준비 중이다.

물론 스마트계약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존재한다.

먼저,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스마트계약서의 ‘법적 명료성’이다. 아직 스마트계약이 법률적으로 명확하게 합의된 정의가 없다. 그래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시각이 존재한다. 전통적 의미에서 법적인 ‘계약’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그저 코드로 구축된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처럼 불명확한 정의는 여러 가지 법적 쟁점을 불러온다.

보통 계약은 ‘청약’과 ‘승낙’의 과정을 거쳐 당사자들끼리 의사표시의 합치에 의해 계약이 성립된다. 그러나 스마트계약은 스마트계약서 작성자(프로그래머)가 일방적으로 설정해둔 코드를 의미한다고 보면 일반적 계약과 다르다. 어떤 측면에선 청약에 가깝다.

그리고 스마트계약의 특성상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자동으로 이행된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한 이행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가령 자판기에서 커피 버튼을 눌렀는데 코코아 음료가 나오거나 혹은 커피는 나왔는데 설탕이 없다는 등 계약의 ‘불완전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스마트계약에서 사용되는 암호화폐는 전자금융거래법이나 상법 등 여러 법률을 적용함에 있어 해석의 모호함이 존재한다. 그리고 계약법에서 비록 명시적으로 보장되지 않았지만 묵시적으로 보장되는 묵시적조항 같은 다양한 계약법과 스마트계약을 어떻게 적절하게 적용할지가 중요한 과제다.

특히 스마트계약을 작성할 때 코딩의 보안성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혹자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계약 플랫폼은 보안에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완벽하게 코딩 되지 않을 경우 해커에 의해 공격당하기 쉽다.

DAO 해킹이 대표적 사례다.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는 스마트계약을 이용해 당사자간에 자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지털 플랫폼이다. 해커들이 DAO의 스플릿(Split) 기능의 취약점을 이용해 돈을 여러 번 빼내는 방식으로 해킹했다.

스마트계약은 비즈니스의 효율성과 거래의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의미 있는 기술이다. 영국은 이미 스마트계약 산업을 위해 법률을 개정하기로 하고 연구조사에 들어갔다. 다행히 한국도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주관으로 스마트계약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계획을 지난 9월 밝히기 했다.

앞으로도 스마트계약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쟁점을 연구하고 기술적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투자와 노력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

[디센터 아카데미(2부)]⑧블록체인, 중개인·변호사·법원을 재정의할까
이화여대 융합보안연구실(CS Lab)을 이끌고 있는 채상미(왼쪽)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뉴욕주립대에서 경영정보시스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업의 정보보안 정책과 보안 신기술 도입 전략, 블록체인의 활용과 적용을 연구 중이다. 권은경(오른쪽) 연구원은 동덕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이화여대 경영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해 블록체인과 금융보안, 정보보호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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