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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20]동문서답 vs. 동문동답···ICO 실태조사 나선 정부, 무엇을 위함인가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동문서답(東問西答)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독자들이 잘 알고 있듯이 동쪽에서 묻는데 서쪽에서 답한다는 뜻이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엉뚱한 답을 하는 경우에 빗대어 표현할 때 많이 사용한다. 실상은 상대방의 질문을 애써 외면하는 경우에 사용하기도 한다. 또 주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유머 코드로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럼 동문동답(東問東答)이라는 표현은 어떨까? 동문서답의 반대가 동문동답일까?



아마도 동문동답이라는 표현이 있다면, 질문에 대해서 정확히 답을 하는 상황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동문동답의 의미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아마도 기본적 상식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정말로 창의력이 뛰어난 경우에 생각해 낼 수 있는 표현일 듯하다.

동문동답을 궁금해했던 실사례가 있다. 한 정신과 의사가 주의력이 산만한 아이를 상담한 경험이다. 그런데 의사는 학생의 엉뚱함을 표현하고자 사례를 들었지만, 필자는 오히려 다른 의미에서 그 아이가 가진 창의력이 엿보였다.

동문동답이라는 표현을 넘어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프로젝트 현장을 생각해 보자.

고객 또는 사용자가 어떤 상황을 설명한다. 그리고 뭔가를 요구한다. 그런데 개발자가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그러면 필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어떤 문제가 발생할 건지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많은 프로젝트가 이런 요구사항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단계에서 실수와 무지(無知)에 의해 실패를 경험한다.

소프트웨어 공학에는 ‘요구공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프로젝트 개발은 ‘계획-분석-설계-구현-테스트-인도’ 등 6단계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요구사항을 분석하는 영역의 중요성이 인정받으면서 ‘요구공학’이 발전했다. 소프트웨어 위기를 통해 소프트웨어 공학이 출발했다. 체계적 관리와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잦은 요구사항 변경은 비용증가를 수반한다. 잦은 변경으로 인해 결국에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지 못할 정도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요구공학이 나왔다.

요구공학에서 찾는 요구사항은 ‘기능적 요구’와 ‘비기능적 요구’로 나눈다. 기능적 요구사항은 하고자 하는 일과 순서 처리 등에 초점을 맞춘다. 비기능적 요구사항은 속도·성능 등 품질 향상에 중점을 둔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이런 요구사항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능적 요구사항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거나, 기능적 요구사항과 비기능적인 요구사항을 동시에 들어줄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처럼 상충하는 요구조건은 항상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가령 데이터를 엑셀과 같은 그리드라는 컴포넌트에 표현하는 경우다. 한 번에 보여줘야 할 데이터(가로로 표현되는 열과 세로로 표현되는 행)가 많다. 그런데 짧은 시간에 보여주고 싶다. 그러면 구현하는 문제와 처리속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어렵다.

또 프로그램 사용자는 다양한 기능을 원하지만, 제품을 구매해 주는 담당자는 가격이 저렴하고 개발시간이 짧은 제품을 원한다. 둥그런 네모처럼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요구공학에서는 기능, 비기능, 도메인 요소에 대한 반영과 도출, 분석, 명세화, 검증 및 확인이라는 절차를 통해 변경관리와 추적관리를 진행한다. 현실에서 한 두 사람의 머리로 방대한 요구사항을 해결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요구사항 추적 매트릭스와 같은 점검표를 만들고 요구사항의 내용을 관리하며 구현한다. 이렇듯 요구되는 내용과 작은 변화를 세밀하게 점검하면서 시스템을 개발해도 결과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ICO를 진행한 대부분의 기업에게 ‘실태점검’을 이유로 질문서를 보냈다고 한다.

목적이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발전된 방향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면 환영한다. 요구사항을 수집하고 변경관리의 요구사항 추적 매트릭스를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산업과 동문서답하는 모습이라면 기회를 놓치고 낭떠러지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정확히 장담하기는 힘들다. 다만 ‘동문동답’하는 정부 당국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할 뿐이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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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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