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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18]무법지대에 방치된 블록체인···법적토대 있어야 세상 바꾼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

하늘에 무수한 별이 떠 있지만, 낮에는 햇빛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존재하지만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또 개념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유기적으로 구성된 유기체인데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유기체도 있다.

바로 법인이다.



우리는 보통 회사를 법인(法人·Legal Person)이라고 말한다. 법인은 사람, 유기체가 아니다. 그런데 법률에 의해 권리능력을 부여 받은 단체 또는 재산을 말한다. 법인은 법인격(法人格·독일어 Rechtsfahigkeit 권리능력)이라는 것을 부여 받아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권리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권리능력’과 같은 개념으로 본다.

법인이라는 회사는 유기적으로 돌아가지만 사람처럼 딱 하나의 유기체는 아니다. 그래도 회사를 사람처럼 하나의 유기체로 인정하고 대접해준다. 실제로 회사도 사람처럼 생로병사(生老病死), 흥망성쇠(興亡盛衰) 과정을 거친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하나는 ‘소프트웨어’(SW)다.

형태는 없지만 엄연히 존재한다. 다만 법인격까지 부여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무형의 유기체로서 비슷한 성격이 꽤 된다.

‘소프트웨어 프로세스’라고 말하는 것도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규칙적으로 행동한다.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진화하기도 한다. 프로그램 화면은 사람 얼굴처럼 표정이 다양하다. 어떤 때는 순박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깔끔하기도 하다. 하는 일도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나라마다 각자의 언어를 갖는 것처럼 ‘소프트웨어’도 다양한 언어를 쓴다. 저장하는 방식도, 호출하는 방법도, 같은 기능에 대해 부르는 호칭과 명칭도 비슷한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마치 영어와 독일어가 비슷한 듯 다른 것처럼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이 소프트웨어 세계에 투영된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이처럼 ‘법인’과 ‘소프트웨어’는 물질적인 형태가 없다. 그럼에도 유기체처럼 움직이고 유기체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법인은 법인격을 부여하지만, 소프트웨어는 그런 것이 없다. ‘민법 제3조’에 법인격의 근거를 마련해 뒀지만, 소프트웨어는 예외다. 적용할 근거가 없다. 이름을 짓고, 성격을 규정하는 잣대, 즉 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제 블록체인 세상으로 눈을 돌려보자.

현대 사회에서 어떤 것이 제 자리를 찾기 위해선 법적 근거가 필수다. 새롭게 떠오른 블록체인 분야도 마찬가지다. 자기 역할을 부여 받고 성장하기 위해선 법적 토대가 탄탄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블록체인은 무법지대,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상태다.

최근 동굴 속에 방치돼 있던 블록체인 법체계에서 한 줄기 작은 빛이 비쳤다.

지난 24일 법조인들이 모여 ‘블록체인법학회’라는 것을 만들었다. 매번 블록체인 관련 ‘협회’만 만들어지다가 ‘학회’가 생긴다는 반가운 소식을 오랜 만에 들었다. ‘학회’ 출범은 필자가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한국블록체인학회 입장에서도 여간 반가운 얘기가 아니다.

블록체인법학회는 출범과 동시에 12개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초 조사 이후는 블록체인에 대한 발전방향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건전한 블록체인 산업 발전과 학문연구 등을 중심으로 하는 블록체인학회 입장에서도 새로운 정신적 동반자가 하나 생긴 셈이다.

블록체인은 단순히 연구로만 끝나지 않는다. 실제 비즈니스와 접점을 찾는다. 실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선 법적 규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중요하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규제와 잘못된 법규 해석은 갈 길 바쁜 프로젝트, 법인의 발목을 잡는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서비스가 제대로 시작 조차 못하고, 그렇다고 포기도 못하는, 그렇다고 법제도가 정비될까지 마냥 기다릴 수 만도 없는 진퇴양난의 순간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법적 요소의 선행 연구가 중요하고 절실하다.

이정엽 대전지법 부장판사가 블록체인법학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 회장은 블록체인학회 행사에도 적극 참여했던 학구파다. 부회장과 임원들도 블록체인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법조인과 학자로 블록체인학회와 더불어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힘을 보탤 것으로 믿는다.

현재 학회에 참여한 회원들은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들이 주축이고, 그들은 현실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갈구한다. 그들이 타는 목마름으로 쌓아 놓는 연구들이 기업들이 직면하게 될 많은 시행착오를 줄여줄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주변에는 미래의 구글, 내일의 아마존을 꿈꾸는 수 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있다. 그들이 법적인 요소를 모르거나 해석을 잘못해 시작조차 못하고 꿈을 접는 불상사가 없도록 블록체인법학회가 그들의 수호천사, 멘토가 되어 줄 것을 부탁 드린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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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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