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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로 법정통화 가치 지지' 베네수엘라의 실험 시작됐다

볼리바르, 국영 암호화폐 페트로와 오늘부터 연동

1페트로에 3,600 볼리바르 소베르노로 고정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선…"근본적 문제 해결 못해"

트위터를 통해 경제 회복을 위한 준비가 다 됐다고 밝힌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20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국영 통화인 ‘볼리바르’와 국영 암호화폐 ‘페트로’가 연동됐다. 암호화폐를 이용해 법정통화의 가치를 지지하는 세계 첫 실험이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됐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 국영 통화를 96% 평가절하하는 동시 이를 자국의 석유 기반 국영 암호화폐인 ‘페트로(Petro)’와 연동한다고 밝혔다.

이번 화폐개혁으로 출범하는 새로운 볼리바르화의 명칭은 ‘볼리바르 소베라노’다. 볼리바르 소베라노는 기존의 화폐 단위를 10만대 1로 액면절하한 통화다. 석유 기반의 국영 암호화폐인 페트로는 1 페트로 당 3,600볼리바르 소베라노로 고정된다. 현재 1페트로의 시세가 60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 미 달러는 60볼리바르 소베라노가 되는 것이다.



볼리바르 소베르노./ 사진=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달 볼리바르 소베라노가 “재정 상황을 급진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미래는 밝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학자들의 생각은 마두로 대통령과 같지 않다. 이들은 이번 계획이 볼리바르화 가치 폭락과 석유 생산 붕괴, 정부에 대한 신뢰 부족 등을 야기하는 근본적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베네수엘라인들은 자국 상황이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며 “물가가 하루 사이 수십 배 오르는 상황에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슈퍼마켓과 주유소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5년부터 1년간 라파엘 칼데라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고문을 역임한 바 있는 스티브 H. 행크 존스홉킨스 교수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내놓은 발언들은 모두 모순”이라며 “(화폐개혁이 아니라)경제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폐개혁은 일종의 겉치레일 뿐 실제 산업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근본 대책은 없다는 지적이다.

회의적인 시각만 보내는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암호화폐 업계의 시각은 갈리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암호화폐를 법정 통화 정책의 영역에 포섭해 변화를 꾀하는 시도자체는 의미있다는 평가와 함께 정작 페트로의 신뢰도나 활용성은 지극히 낮아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부딪히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쪽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페트로를 자국 내 회계단위로 사용하고 법정 통화와 연동하는 등 실제 활용 사례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매체인 ABC인터네셔널은 최근 “페트로가 베네수엘라에서 회계단위로 사용된다”며 “국영 석유기업인 PDVSA가 회계 단위로 페트로를 활용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뿐 아니다. 지역 매체인 크립토텐덴시아(Cripto tendencia)는 지난달 베네수엘라의 주택 장관인 일데마로 빌라로엘을 인용해 “페트로가 노숙자의 거주지 건설에 쓰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빌라로엘 장관은 당시 “정부 주지사들과 함께 베네수엘라 정부는 페트로를 활용해 경제적 물자를 지원받을 것”이라며 “33개의 기업들이 주택 건설을 위해 기술적, 경제적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이와 달리 페트로의 한계는 뚜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4월 페트로에 대해 ‘사기’ 등급을 부여했던 암호화폐 평가 사이트 ‘ICOindex.com’의 루이스 비센테 레온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통화의 기반 역할을 하는 페트로의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기반의 리서치 업체 신테시스 파이낸시에라(Sintesis Financiera)’의 타마라 헤레라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투자를 유치하고 안정 국면을 이끌만한 요소는 없다”며 “오히려 더 강한 물가 상승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트로는 현재 베네수엘라 밖에서는 사용이 제한돼 있다. 이에 글로벌한 활용 사례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페트로는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려는 시도의 일부”라며 페트로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미국에서 행정명령이 내려진 이후 페트로를 채택한다고 나선 나라는 없었다.

여기에 국가 원유를 담보로 하고 있는 페트로는 국채 성격이 짙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정부의 낮은 신용도를 고려하더라도 페트로를 채택할 국가는 많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아직까지는 페트로가 교환될 수 있는 화폐는 볼리바르가 유일하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김연지 기자
yjk@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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