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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에디터스 레터]블록체인 주홍글씨

8월 2주차


지난주 블록체인의 가능성과 현실과 관련해 한 현직 판사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 1년간 블록체인을 두고 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적대적 발언과 제도 공백 상황을 두고 “본질은 두려움 때문”이라고 촌평했습니다. 비트코인의 시작 자체가 화폐 발행권을 민간으로 가져오겠다는 취지였으니 파괴적 혁신의 성격을 띄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필연적으로 정부의 반감을 살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입장에 따라서는 두려움이 아니라 신중함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은 지난 2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기술은 파괴적일 수 있으나, 법은 파괴적일 수 없다”며 “파괴적인 기술을 파괴적으로 법으로 담는다면 혼란은 극심해질 수 있으니 입법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책가로서 당연한 고민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의 이같은 신중함, 혹은 두려움이 우리 산업계와 기업활동에 어떤 모습으로 스며드는지는 직시해야 합니다.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채널 ‘코인사이트’가 2~3개월 전에 겪었던 일입니다. 코인사이트팀은 ‘John Burr(존버)’ 등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용어를 인쇄한 후드티셔츠 등 용품들을 판매하려고 했는데요, 갑자기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측에서 코인사이트와의 서비스제공 계약을 취소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유를 알아봤더니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코인사이트 뿐 아닙니다.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업체가 은행에서 블록체인과 관련돼 있다는 이유로 계좌개설 자체를 거부당했다는 등의 사례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정부의 가이드라인 때문”이라고 증언합니다. 정부의 두려움, 또는 신중함은 한국에서 블록체인을 주홍글씨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수많은 기업이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멀쩡한 한국 법인을 두고 해외에 새 법인을 만들어 일을 진행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규모가 제법 있는 기업들은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쉬쉬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기업이 미래를 놓고 고민을 거듭해 신사업을 결정했다면 담대하게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정상적인 국가 경제 생태계일 텐데, 국내에서는 존버 티셔츠를 파는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시선을 중국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이번 주 디센터는 중국의 블록체인 굴기 현황을 정리해 보도한 기사를 비롯해 몇 건의 중국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이미 알려진것 처럼 항저우와 선전은 각각 1조7,000억원 규모의 블록체인 육성펀드를 조성해 블록체인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업 직원들에게 이주 지원비를 주거나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 “블록체인 기술과 AI·양자정보는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직접 혁신을 장려했습니다.

10일에는 중국 국영 상업은행인 중국은행(Bank of china)이 블록체인과 IoT, 핀테크 기술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1년 영업이익이 약 80조원 인데 이 가운데 1% 이상을 투자한다니 8,000억원 규모가 될 것 같습니다. 같은 블록체인 기술인데, 한국에서는 주홍글씨이고 중국에서는 혁신의 상징입니다. 5년 뒤, 10년 뒤 블록체인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경쟁력은 어떻게 될까요. 어쩌면 지금 보내는 두려움의 시간, 또는 신중함의 시간은 우리 미래를 담보로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 YES24와 싸이월드 등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기업은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새 일자리도 만들어지겠지요. 이미 토큰이코노미 설계자, 스마트 콘트렉트 보안검수 전문가 등 기존에 없던 직업이 생겨났습니다. 정부도 화답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주 은산분리 완화를 시사하면서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블록체인 역시 마찬가지는 아닌지, 지금의 제도 공백이 블록체인을 주홍글씨로 만들었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흥록기자 rok@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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