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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⑮]블록체인 프로젝트, 계획을 보면 결과가 보인다···'깰 것인가? 깨질 것인가?' 그것이 문제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우리 속담에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는 속담도 있다. 딱 봐서 불가능한 일은 단 한 번의 시도 조차 의미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노력을 더 해야 할까? 아니면 시도 조차 하지 말아야 할까?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지난 글에서 약속했던 것처럼 이번 글부터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소프트웨어 공학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앞의 글에서 ‘계획-요구분석-설계-구현-테스트-유지보수’의 소프트웨어 공학의 과정을 설명했다. (완벽할 수 없는 블록체인…불나방 투자 피해야 ▶바로가기)

앞서 제시한 두 개의 상반된 속담으로 첫 번째 단계인 ‘계획’을 풀어 보자.

소프트웨어 공학은 소프트웨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면서 프로젝트를 체계적 관리와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바라보게 됐다. 보통 일을 할 때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계획이 중요하다는 것은 단순한 강조의 문제가 아니고 일을 진행하는 과정과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블록체인이라고 계획의 중요성이 달라지지 않는다.

최근 ‘후오비 카니발’ 행사가 있었다. 성황리에 개최됐다. 그러나 마무리는 유쾌하지 못했다. 투표를 통해 선정된 프로젝트를 공식 지원하겠다는 이벤트를 내걸었다. 하지만 현장의 과열된 분위기를 이유로 행사 자체를 취소하고 투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돌발변수가 발생했을 수도, 준비가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주최 측의 명백한 실수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투표가 온갖 유언비어 남발로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게 흘러갔고, 규칙을 어겨서라도 득표를 하겠다며 온갖 편법과 불법을 부추기는 상황은 불투명한 사회를 비판하며 블록체인 세상을 만들겠다는 집단지성의 현명함과는 크게 어긋난 모습이었다. 흥행에 목맨 후오비가 이를 조장하고 방조한 결과라는 참여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일견 일리가 있다.

아무튼 계획부터 아마추어적으로 접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결과다. 처음부터 투표 자체를 블록체인 사상으로 접근했어야 옳다. 블록체인 기반의 생태계를 조성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모인 행사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신뢰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블록체인 사상을 접목했어야 맞다.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본질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만들고 코인을 사고 팔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들었다면 코인이나 토큰을 실생활에 쓸 수 있도록 해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들의 기본 덕목은 건강한 블록체인 생태계가 구축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돈만을 목표로 기본 덕목조차 갖추지 않고 행동한다면 ‘블록체인 사상과 관계 없는 또 하나의 이익집단’에 불과할 뿐이다. ‘돈이 된다’고 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덩달아 뛰어든 투기꾼이자 장사꾼인 셈이다.

글로벌 디지털 자산 거래소를 지향하는 후오비는 누가 뭐래도 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대표적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이다. 그러면 그에 걸맞게 행사 진행도 당연히 블록체인 사상에 맞게 준비했어야 한다. 얼토당토 않은 결과는 계획을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다. 철저한 준비가 없는 계획은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후오비 카니발’를 사례로 든 것은 그 행사만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타산지석(他山之石), 앞으로 많은 블록체인 행사가 진행될 텐데 후오비의 실패를 좋은 교훈으로 삼길 바라는 간절할 마음 때문이다. 또 계획의 중요성이 단순히 강조만 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블록체인 행사들은 블록체인 인프라와 사상을 기반으로 하면 좋겠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그리고 블록체인이 다른 나라, 다른 기술과 차별해서 더 나은 방법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PDS 사이클’을 강조한다. ‘계획-실행-점검-보완 ’(Plan-Do-See-Feedback)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반복되는 과정을 잘해야 미션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앞의 속담으로 돌아가서 도끼질을 할 것이냐, 도끼를 놓을 것이냐의 선택을 해야 한다.

프로젝트의 결과는 계획을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선택도 계획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계획은 현실성이 있게 세워야 한다. 자기의 경쟁자가 누구인지, 기존 생태계는 어떻게 조성돼 있는지, 시장의 규모는 얼마나 큰지 등 다양한 변수를 조사하고 확인해야 한다. 만약 준비도, 확인도 돼 있지 않은 ‘계획’이 있다면 도끼를 놓고 떠나야 한다. 쳐다보지 못할 나무다.

몇 번 찍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나무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 보듯이 일의 결과는 계획만 봐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블록체인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과연 어떤 계획을 세웠고,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는 어떻게 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계획을 잘 세웠다고 해도, 실행 준비가 충분하다고 해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을 떠 올리자. 물론 시작만 했다고 나머지 일들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계획을 잘 세우고 준비도 많이 했다면, 도끼질 한 번 없이 지레짐작 포기하기엔 너무 빠르다.

수 많은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담한 꿈을 꾸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일단 심호흡을 하자. 그리고 앞으로 몇 번의 도끼질이 더 필요한지 차분히 따져보고 계획을 세우자. 그런 후에 있는 힘껏 도끼질의 실행을 한다면 알 속에 갇혀 있던 프로젝트가 알을 깨고 세상 속으로 나올 것이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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