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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⑫]멧돼지 축구팀과 블록체인 비즈니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최근 전 세계인이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안타까움’이 ‘안도의 환호성’으로 바뀐 사건이 있었다. 일명 ‘멧돼지 축구팀’ 구출 사건이다. 진퇴양난의 동굴에 갇혔다 구조된 이들의 여정이 앞뒤로 꽉 막힌 현재의 블록체인 상황과 오버랩 되는 듯 하다.

우선 그들의 구출과정을 되짚어보자.

멧돼지 축구팀은 월드컵 열기가 한창인 때 꿈과 희망을 품고 열심히 연습했다. 그러다 유명한 동굴탐사를 갔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동굴이 잠겼다. 오도 가도 못하게 갇혀 버린 것이다. 외부와의 연락은 두절 됐고,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무모한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외부의 구조를 기다렸다. 코치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먹을 것을 최대한 아끼고 자신의 것은 나눠주며 버텼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차분히 명상하면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등 현명하게 기다렸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구조팀에게 자신들의 위치가 알려졌다. 세계적 관심과 지원을 합리적으로 활용하면서 당국은 차분히 진두지휘했고, 결국 학생들을 무사히 구출됐다. 비극적일 수 있었던 사건이 극적으로 해피엔딩이 됐다.

일상에서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자연재해는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물론 예방과 대응은 인간의 몫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두 팀의 대응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 번째 팀은 고립된 사람들이다. 학생과 코치다.

그들은 결코 당황하거나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언제인지 모를 구조를 기다리면서 차분히 행동했다. 코치는 책임감 있게 자신을 희생하며 팀을 이끌었다. 코치와 아이라는 관계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똑 같이 생존의 갈림길에 섰지만 냉철함을 유지했다. 그는 깨끗한 식수를 얻기 위해 바닥의 물이 아닌,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서 먹였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명상을 하도록 했고, 자신의 음식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했다. 현명한 리더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반드시 구출된다는 신념으로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구출되는 것을 끝까지 지켜봤다. 맨 마지막에 구출됐고, 동굴 속에서 “죄송합니다. 끝까지 책임지고 데리고 나오겠습니다” 라는 편지를 써서 부모들에게 전달했다.

두 번째는 밖에서 구조에 나선 사람들이다. 정부와 현장의 구조팀이다. 그들도 황급히 서두르거나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바쁠수록 돌아간다’는 옛말처럼 오히려 더 차분하게 행동했다. 동굴현장에 딱 맞는 적절하고도 최적화된 구조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투명한 대응으로 문제를 헤쳐나갔다. 전문가의 조언을 잘 듣고, 그들의 활동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현실성 없는 지나친 지원은 정중히 사양했다

구조팀은 밖에서 흙을 파면서 땅을 뚫고 가는 방법은 포기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흙이 무너져 내릴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대신 정공법을 선택했다. 수 ㎞의 물길을 잠수를 통해 구출하는 방법이다. 아이들이 잠수해 본 경험은 없지만, 전 세계에서 지원 나온 전문 잠수사들의 능력과 열정을 믿었다.

현장 책임자의 투명하고 적절한 판단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청백리 목민관(지방자치 행정기관의 장)의 모범으로 높이 사고 싶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된 상황에서도 현장을 과장하지 않고 불필요한 혼선을 막을 수 있도록 투명하게 알려줬다. 구조는 전문가들을 철저히 믿고 지원했다. 가족에게도 구조 순서를 알리지 않았다. 끝까지 함구함으로써 늦게 구조되는 아이들 부모의 애타는 심정을 배려했다. 공정함을 유지하면서 혼란도 막았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소형 잠수 장비를 구조에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현장책임자인 나롱싹 주지사는 정중히 사양했다. 영화 아이언 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유명인의 화려한 제안을 과감히 거절한 것이다. 이목을 끌 수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방법보다는 현장에 있는 구조 전문가를 믿고, 그들이 택한 현실적인 방법으로 구조를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언론들도 급한 마음을 부여잡고 선을 지켰다.

이제 눈을 돌려 블록체인 산업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자. 사방이 꽉 막힌 듯 갇혀 있는 블록체인 산업도 동굴에서 구출된 멧돼지 축구팀의 사례를 참고해 해피엔딩으로 전환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블록체인 산업이 언젠가는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참여자들이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한다면 지금 주목받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동굴에 갇힌 블록체인 팀들을 도와주자. 언론은 정도를 지키고, 정부는 냉정하면서도 적극적인 정책으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멧돼지 축구팀을 보면서 세월호의 아픈 기억을 떠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불투명한 구조 방식과 골든 타임을 놓쳐버린 대응으로 커다란 참사가 되고 말았다. 세월호와 같은 아픈 경험은 두 번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쏟아지는 폭우에 무너져 내린 동굴에 갇힌 듯한 블록체인 비즈니스도 ‘투명한 사회’, ‘건전한 합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하루 빨리 구축되기를 바란다. ‘멧돼지 축구단’의 극적 구출은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극적 구출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확신을 줬다.

※필자 주

구조과정에서 목숨을 잃으신 숭고한 자원봉사자의 명복을 빕니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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